이번 시드니행을 계획할 때 시드니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아무리 학회관련 여행이라 할지라도 이만큼 멀리가서 아무 것도 안하고 오고 싶은 생각 역시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 본 결과, 멜번 (Melbourne)이나 브리즈번 (Brisbane)에 가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두 도시 중에서 시드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를 가진 멜번으로 결정, 당일로 갈 수 있는지 보았다. 예전에 기억으로도 오스트레일리아에는 기차가 너무 느리게 가서 아무리 기차 일정으로 봐도 시간이 너무 걸려서 그럼 비행기로 가능하지 보았더니 당일치기 비행기로 이동은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어차피 멜번을 가도 걸어서 돌아다니다 보면 몇시간이면 지칠게 뻔하니깐 저렴한 항공편을 이용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그 저렴한 항공편 중에서도 멜번에서 가까운 공항이 아니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공항인 아발론 (Avalon)으로 가는 항공편이 더 싸서 그러기로 했다. 젯스타 (JetStar)라는 지역저가항공사였는데 짧은 비행시간이어서 별다른 불편은 느낄 수가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먹기 전 시간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여행의 동선과 방문지, 그리고 비용에 관해서는 따로 정리를 해두었다.
젯스타 비행기에서 내린 아발론 공항은 정말 멜번 시내와는 엄청 멀리 떨어진 그리고 공항자체도 지역 공항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시설이 거의 없는 공항이었다. 여기서 한시간 반 정도 간격으로 있는 버스를 타고 멜번 시내로 이동하였다. 한시간이면 가는 길이라서 많이 지겹지는 않았는데 가는 길이 멜번 근처까지 가기 전에 별로 볼 게 없어 그냥 한 시간이 허공에 뜬 기분이었다. 아주 느리지만 와이파이가 제공되어서 그나마 급한 이메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멜번 시내의 서던크로스 (Southern Cross) 역까지 가는 버스인데 역에 다다르기 전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큰 운동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크게 마블 (Marvel)이 걸려있어서 흥미로운 나머지 사진을 찍게 되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럭비와 미식축구와 비슷한 점이 있는 멜번에서 파생된 오스트레일리아 풋볼 경기장이라고 한다.
서던 크로스 역에 내려 기차역 쪽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가는 길이 그 쪽이기도 했다. 꽤 큰 기차역이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헝그리 잭스 (Hungry Jack's).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버거킹이다. 버거킹 이름이 벌써 등록이 되어 있어서 선택했던 이름이라고 한다.
멜번 하루 (아니 몇시간) 일정으로 계획하면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멜번시에서 제공하는 아케이드 상가와 골목길 워킹 투어 (Melbourne Walks Arcades and Lanes) 지도를 발견했었고 그 지도를 바탕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서던 크로스 역에서 우선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Flinders Street Station)을 찾아야 해서 지도를 보며 열심히 한 15분 정도 걸어갔다. 그리고 계속 지도에 나와 있는 경로와 설명을 보며 계속 걸어다녔다. 제일 먼저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의 외관은 이랬다.
플린더스 길을 건너 이제 첫번째 골목길로 들어섰다. 디그레이브즈 스트리트 (Degraves Street) 라는 이름의 골목길인데 카페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안내지도에 의하면 디그레이브즈 에스프레소 (Degraves Espresso)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보길 권장한다고 한다. 이 카페는 예전에 극장에서 쓰던 의자들을 가져와 쓴다고 한다.
디그레이브즈 스트리트를 지나서 그 다음으로 들어선 골목은 센터 플레이스 (Centre Place) 라는 곳이었다. 센터 플레이스를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마요르카 빌딩 (Majorca Building)은 거의 100년이 된 건물로 스페인 양식의 외관을 지녔다. 센터 플레이스 골목 역시 많은 카페들이 분주하게 들어선 곳이다.
센터 플레이스의 끝 무렵에는 센터 웨이 (Centre Way) 라는 아주 오래된 건물이 있다.
센터 웨이를 나서면 콜린스 스트리트 (Collins Street)를 건너서 바로 있는 블락 아케이드 (Block Arcade)가 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블락 플레이스 (Block Place).
블락 플레이스를 나오면 리틀 콜린스 스트리트 (Little Collins Street)가 나오는데 이 거리의 건너편에 로열 아케이드 (Royal Arcade)가 나온다. 로열 아케이드는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아케이드 상가라고 한다. 로열 아케이드 안을 들어서서 다시 입구 쪽으로 바라다보면 천정쪽에 보이는 고그와 마고그 (Gog and Magog) 병정들이 있다. 시간이 잘 맞으면 매 정시마다 고그와 마고그가 종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로열 아케이드를 나오면 있는 거리가 부크 거리 (Bourke Street) 길거리 몰이다.
이 부크거리에서 좌측으로 좀 이동하다 보면 엘리자베스 스트리트 (Elizabeth Street)가 나오기 전에 바닥을 유심히 보면서 가다 보면 보이는 동전 지갑처럼 보이는 퍼블릭 퍼스 (Public Purse)가 있다. 이 지갑 속에 돈이 들었다고 해도 너무 크고 무거워 꺼내는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퍼블릭 퍼스를 본 뒤 엘리자베스 스트리트를 만나서 우측으로 돌면 지하 화장실 (Underground Toilet) 두 개가 보이는데 처음에 보이는 건 여자화장실이고 그 다음에 보이는 게 남자화장실이다. 남자 화장실은 자그만치 1910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여자화장실은 1927년에 만들어졌으니 그 당시에 성차별이 조금은 짐작이 간다.
지하화장실 두개를 지나서 바로 엘리자베스 스트리트를 횡단보도를 따라 건너가면 리틀 부크 스트리트 (Little Bourke Street)가 있고, 이 길을 따라 한 블락 정도 가면 나이아가라 골목 (Niagara Lane)이 오른편에 보인다. 나이아가라 골목길은 아무도 없어서 왜 이 곳이 안내지도에 나와있지 싶었는데, 뭐 사진에 잘 나오는 barrel hoist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나이아가라 골목길을 지나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가면 바로 나오는 골목길은 하드웨어 골목길 (Hardware Lane)이다. 이 하드웨어 골목길은 상당히 옛스럽다. 정말 오래된 건물들과 식당들이 있다.
하드웨어 골목이 끝나면 좌측으로 틀어 조금 가다보면 갤러리아 플라자 (Galleria Plaza)로 들어가는 골목이 나온다. 이 플라자안에는 음식을 진열해 두고 파는 식당들이 몇 있었는데 굉장히 많은 음식들을 진열대 안에 진열되어 있어서 식욕을 조금 자극하긴 했다.
갤러리아 플라자를 나서서 리틀콜린스 거리를 동쪽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아까 보았던 로열 아케이드를 지나면 우측 방향으로 있는 하우이 플레이스 (Howey Place) 길이 보인다. 여기서 부터는 안내지도에 나와있는 데로 길을 계속 따라갔지만, 별다른 풍경들이 없었다. 하우이 플레이스 끝에 있는 캐피털 아케이드 (Capitol Arcade), 그리고 캐피털 아케이드를 통과해서 스완스튼 스트리트 (Swanston Street)으로 나와 다시 우측으로 틀면 한 블락이 지나 캐떼드럴 (캐시드럴) 아케이드 (Cathedral Arcade)가 있다.
다시 스완스톤 거리쪽으로 나오면 플린더스 스트리트에 다다르기 전 오른쪽으로 보이는 영앤잭슨 (Young and Jackson) 이라는 pub이 하나 있는데, 이 곳 2층에는 클로이 (Chloe)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의 누드 페인팅이 있다고 한다. 상당히 큰 그림이라는데, 직접 보지는 않았다.
여기까지가 멜번시에서 제공하는 안내지도에 나와 있는 곳을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였다. 한글로 되어 있는 블로그 같은 곳을 보다가 많은 사람들이 멜번에서 꼭 가본다는 곳이 '미사거리'라고 해서 뭔가 싶었는데 그 '미사'가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그 드라마는 본적이 없어서 난 별 감흥은 없었지만 특이한 골목이라고 해서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서 가깝기도 하고 그쪽으로 향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을 지나서 '미사거리'라는 애칭을 가진 (한국에서는 유명하다고하는) 호시어 레인 (Hosier Lane) 쪽으로 가다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커다란 성당이다. 세인트폴성당 (St. Paul's Cathedral) 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이다.
성당을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가야 나오는 호시어 레인이라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페더레이션 스퀘어 (Federation Square)에 있는 건물들과 역 청사가 잘 들어오는 사진도 몇 장 더 찍어봤다.
호시어 레인은 그래피티 (graffiti)로 가득한 벽들로 이루어져있다. 제법 눈길이 가는 그래피티도 있고 그냥 그런 지저분함도 있었지만 골목길은 사람이 넘쳐나고 흥겨움을 묻어 있어 지나가기에 좋았다.
두시간 넘게 계속 걸어다녀서 그런지 목이 말라 일찌감치 사두었던 콤부차 (kombucha)를 마저 비우고 서던 크로스 역까지는 경전철을 타려고 기다리다 보니 기차가 너무 안왔다.
그래서 다시 걸어서 이동. 이동하면서 전경은 보이지 않지만 멜번 다운타운 쪽의 빌딩숲을 조금 눈과 사진에 담아보았다. 곧장 다시 서던 크로스역에 복귀해서 버스를 타고 아발론 공항으로 가서 다시 시드니로 갔다. 시드니에 도착은 예정대로 저녁먹기 전. 다행히 예정과 별다르지 않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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