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라는 말은 한때 지금은 옆나라인 슬로바키아와 같은 나라였을 때의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나온 이름인 것 같은데 외국어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많은 한국어 용어와 마찬가지로 국정불명의 용어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이제는 체키아 (Czechia)로 불러줘야 하지만 여전히 한국어로는 체코, 영어로는 Czech Republic이 꾸준히 쓰이고 있다.
2008년에 방문한 프라하 (Praha, or Prague)를 언제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2024년에 두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다. 체력의 한계가 있어서 이번에는 2008년에 비해서 많이 걸어다니지는 못했다. 그래도 한 번 가봤으니 많이 헤매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서 보니 처음에는 조금 헤매게 되어서 나도 많이 놀랐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차를 타고 프라하로 향했다. 빈 중앙역 (Wien Hauptbahnhof)에서 조금 이른 시간인 6시에 출발 10시 조금 넘어서 프라하의 중앙역 (Praha hlavní nádraží)에 도착했다.
기차역을 나서서 프라하의 유명 관광지인 구시가지 쪽으로 향하려고 걸음을 떼었는데 구글 지도를 잘못봐서 처음은 방향이 조금 헷갈렸다. 다행히도 구시가지 광장 (Staroměstské náměstí)으로 가는 관문이나 다름없는 시민회관 (Obecní Dům) 건물을 다행히 찾았다.
이 건물을 지나서 구시가지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구시가지 광장은 관광객들이 잔뜩 몰려있는 곳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은 천문시계 (Pražský orloj)가 있는 곳이다. 운이 좋게도 시간이 딱 아침 11시여서 천문시계의 자그마한 공연이 한창이었다.
아름다운 시계는 뒤로 하고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경관인 카를교와 프라하성을 영접하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일행이 있어서 평소에는 자주 하지 않은 식사를 선택하였는데, 다른게 아니고 한식당을 가기로 했다. 바로 천문시계에서 카를교 가는 길목에 있는 Zubang이라는 한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점심 오픈 시간이 11시 반이어서 조금 일찍 도착한 탓에 주위에 있던 코스타 (Costa)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금 기다리게 되었다. 체키아의 프라하에서 영국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한식당이 오픈되길 기다리는 건 특이한 경험이었다. 점심은 한식당에서 파는 짬뽕을 먹었다.
카를교 (Karlův most)는 다리 자체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여기에서 보이는 프라하성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다. 2008년에도 했었던 일인데 다리를 건너기 전의 위치에 있는 타워 (Staroměstská mostecká věž)에 올라가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예전에는 중간쯤 올라가면 입장료를 받는 곳에서 발을 돌려 조그만 창을 통해서 사진을 찍었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과감히 입장료를 지불하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창문이 크게 있는 곳인데 창문을 개방하지는 않아서 사진을 찍기가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찍어보니 유리의 영향은 그리 크지는 않은 듯 하다. 프라하에 와서 뭔가 사진 한장으로 추억을 남기려면 여기 만큼 좋은 곳이 없지 않을까 싶다.
타워에서 내려와서 다리를 열심히 걸어서 건너갔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과 비슷하게 거리의 화가들이 열심히 초상화라던지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다. 이제는 열심히 프라하성 (Pražský hrad)을 향해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한참 오르막길을 걸어가면 곳곳에서 파는 간식인 굴뚝처럼 생긴 빵이 많이 보인다. 물론 하나 사먹었다.
프라하성을 들어가는 입구에 오면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찾는다는 스타벅스도 있고 (역시나 한국분들이 보였다) 건너편에 Kuchyň이라는 작은 식당 하나가 있다.
이제는 성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성안을 들어가면 뭐가 있는지 자세한 안내판도 있다.
성내에서 가장 큰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은 역시 교회 건물이다. 성비투스 성당 (Katedrála Sv. Víta)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부터 성당 안은 워낙 다른 성당/교회들을 다녀봐서 내부를 특별히 보고 싶지 않아서 지나쳤는데 당연히 가는 곳 마다 입장료를 받는 것이었다. 지름신의 유혹을 거절하고 열심히 다니다가 성내 관광 중 거의 마지막에 있는 황금소로 (Zlatá ulička)도 입장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2008년에는, 적어도 내 기억에 의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이었는데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입장권을 사려고 보니까 나같은 사람이 워낙에 많았는지 이곳만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은 없고 성내의 다른 곳까지 포함하는 입장권만 팔고 있었다. 뭐 이미 마음을 먹어서 그냥 냉큼 그래도 황금소로를 포함한 네 곳만 갈 수 있는 입장권을 샀다.
정작 황금소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온전한 사진도 제대로 못 찍은 듯 하다.
그래도 입장료를 냈으니 입장할 수 있는 다른 곳도 다시 돌아서 가보기로 했다. 사실 그 다음 일정으로 체키아의 현지요리인 꼴레뇨를 먹기로 했는데 걸어서 갈만한 가까운 식당으로 찾은 곳으로 가려면 어차피 돌아가야 했다.
이제 프라하성을 뒤로 하고 식사를 하러 가기 전 로레타 (Loreta)를 들렀다.
꼴레뇨 (Koleno)는 족발 비슷한 음식이지만 먹어보니 오래 삶아서 고기를 부드럽게 한 다음 굽거나 튀겨서 겉은 바삭하게 만들었다고 생각을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생각한 조리법이 맞는 것 같았다. Pork's라는 식당에서 먹었다. 워낙에 관광지의 중심에 있는 식당이라 줄이 길었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고 안에 들어가니 자리가 꽤 있는 편이었다.
양이 상당히 많아서 점심에 먹었던 음식이 배가 꺼지지 않은 상태여서 좀 남겼다. 맛이 없어서 남긴건 아니라고 하고 싶다. 식사를 하고선 프라하 기차역으로 전차를 타고 편안히 이동해서 다시 기차를 타고 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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