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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단편 (Novella)4

수학은 정말! 나연은 최근들어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삶에 지장을 조금은 줄 만한 우울증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일까 먼저 고민하다 보니 예전 일들이 많이 떠올랐다. 한국서 고교시절에는. 그렇다, 나연은 지금 영국에 있다. 한국에서 보냈던 고교시절의 나연은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공부에 큰 흥미가 있는 편도 아니었다. 집에서 가까운 제법 큰 교회를 다녔으며 준수한 외모 탓에 그리고 모나지 않은 성격 탓에 주위의 친구들도 많았고 남자애들에게도 인기가 꽤 있는 편이었다. 그렇게 꽤나 재미있는 학창시절이었는데 고2가 되면서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에 공부에 좀 흥미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특별히 좋아하는 과목이 없었는데 나름대로 수학에 재능이 좀 있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쉽게 쫓아가긴 힘든 .. 2020. 11. 28.
스코틀랜드 감상 대학원에 진학한지 얼마되지 않은 예원은 곧 다가올 국제학술회 발표가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학원에 진학해서 처음으로 손을 댄 프로젝트가 진행이 잘 되어서 초록을 제출했는데 그게 덜컥 승인이 나서 10월에 있는 학회를 참석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봄은 예원에게는 뜻깊은 시기였는데 그 이유는 대학을 2015년에 졸업을 하고선 별다른 미래 계획이 없어서 그냥 잠시 쉬면서 아르바이트만 가끔하다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아니면 더 방황이 하고 싶었는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뒤 3년만에 다시 학교로 복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대학을 진학할 때는 단지 공부를 잘해서 (절대로 공부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과를 진학하고 싶어서 컴퓨터과학과에 진학을 .. 2020. 5. 27.
히메지성, 만남 ‘고베’라는 단어가 특별히 느껴지지 않았다. 먼 이국땅에서 오래 지내서 한국, 일본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별다른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일본의 고베라고 하면 생각나는 거라고는 그 기름기 듬뿍한 고베규의 현란한 마블링 (marbling)인데 소고기에 흥미를 잃은 지 한참 지난 터라 뭐, 정말 흥미가 없다. ‘나’란 인간은 이미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이 살아온 지가 한참 지난 초식남에 가까운 사람이다. 워낙에 쳇바퀴같은 생활을 즐겨왔기 때문에 사람관계가 나이가 왠만큼 든 지금도 너무나도 서툴다. 어렸던 중학생 시절에 미국으로 유학, 아니 도피유학을 온 이후로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공부에 매진해서 나름대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까지 안착하였지만 일상생활의 단조로움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에는 아주 큰.. 2019. 10. 7.
프렌치 리비에라와 수학 연수는 분명 무언가에 홀린 듯 했다. 2008년 8월의 어느 날 연수는 다니고 있던 직장 생활이 너무나 힘들었던 까닭에 자신만을 위한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갑자기 마음 먹었다. 32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그리고 직장에서는 벌써 7년차, 하지만 업무의 강도가 상당해서 그 7년이란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입사 시절의 기억이 아주 또렷했다. 흔히 얘기하는 남자들만 득실대는 이공계 트리를 밟았다고 해도 입사하기 전에는 활달한 성격으로 각종 동호회나 가끔 다니던 성당에서 이성적으로 친하게 지내던 여자들은 끊이지 않았던 연수였다. 하지만, 역시나 직장은 현실인지라 성과를 최고로 추구하는 업무환경 특성과 기업문화의 탓인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 달달한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하던 그였다. 여행을 계.. 2018.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