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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단편 (Novella)

수학은 정말!

by 노블리스트 2020. 11. 28.


나연은 최근들어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삶에 지장을 조금은 줄 만한 우울증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일까 먼저 고민하다 보니 예전 일들이 많이 떠올랐다.


한국서 고교시절에는. 그렇다, 나연은 지금 영국에 있다. 한국에서 보냈던 고교시절의 나연은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공부에 큰 흥미가 있는 편도 아니었다. 집에서 가까운 제법 큰 교회를 다녔으며 준수한 외모 탓에 그리고 모나지 않은 성격 탓에 주위의 친구들도 많았고 남자애들에게도 인기가 꽤 있는 편이었다.


그렇게 꽤나 재미있는 학창시절이었는데 고2가 되면서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에 공부에 좀 흥미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특별히 좋아하는 과목이 없었는데 나름대로 수학에 재능이 좀 있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쉽게 쫓아가긴 힘든 수학과목은 다른 과목에 비해 공부를 그다지 하지 않았도 꽤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게 흥미를 붙여보려 했지만 다른 과목들은 열심히는 할 수 있었지만 수학만큼 잘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대학을 갈 때에도 전공을 선택할 때 주저없이 수학을 선택했지만, 전체 성적이 훌륭하지 못한 까닭에 가까스로 서울에 있는 여대의 수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큰 문제가 발생했다. 나연은 수학을 생각보다 잘 하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가르치던 교수들이 하나같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학교의 학생이 수학적인 재능이 특출나다는 걸 깨닫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중의 한 교수는 수학을 학문으로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나연에게 하게 되었고, 나름 이름 있는 여대였지만 좀 더 알아줄만한 학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유학을 적극 권장하였다.


나연도 그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고, 자신에게 유학을 가장 강력하게 권유한 교수의 모교인 영국 옥스퍼드 (Oxford)의 저명한 수학과 교수의 연이 잘 닿아서 이 먼 곳 옥스퍼드까지 유학을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활달하고 친구도 많았단 나연에게 새로운 곳의 삶이 적응하기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나름대로 한인교회도 자주 출석을 하고 주위의 같은 과 친구들과도 잘 사겨보려 노력을 하였지만 이 곳 옥스퍼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수준의 학교에서 예전에 다녔던 한국의 여대에서는 최초로 유학을 온 것을 정도로 공부에 대한 부담이 아주 커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렇게 생각만큼 잘 굴러가지 않았다.


교회를 나갔을 때도 한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것이 어떻게 그 여대에서 이 곳 옥스퍼드까지 올 수 있었냐는 것이고, 수학을 전공한다는 것에도 좀 거리를 두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우울증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공부는 왠만큼 잘 따라갈 수 있었지만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너무나도 그리운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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