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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단편 (Novella)

스코틀랜드 감상

by 노블리스트 2020. 5. 27.

 

대학원에 진학한지 얼마되지 않은 예원은 곧 다가올 국제학술회 발표가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학원에 진학해서 처음으로 손을 댄 프로젝트가 진행이 잘 되어서 초록을 제출했는데 그게 덜컥 승인이 나서 10월에 있는 학회를 참석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봄은 예원에게는 뜻깊은 시기였는데 그 이유는 대학을 2015년에 졸업을 하고선 별다른 미래 계획이 없어서 그냥 잠시 쉬면서 아르바이트만 가끔하다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아니면 더 방황이 하고 싶었는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뒤 3년만에 다시 학교로 복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대학을 진학할 때는 단지 공부를 잘해서 (절대로 공부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과를 진학하고 싶어서 컴퓨터과학과에 진학을 했다. 그것도 남들의 시각에서보면 흔히 명문대라고 알려진 곳의 컴퓨터과학과에 입학을 한 것이다. 새학기를 시작하고 학과생할을 하다보니 공부를 하는 머리는 있어서 학교는 무난히 쉽게 다녔다. 성적도 잘 받은 편이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쉬운 과외자리가 잘 생겨서 학비걱정도 많이 없이 대학은 제시간에 잘 마쳤다. 졸업할 때가 되어서 부모님과 친구들이 졸업한 뒤 컴퓨터관련 기업이라도 취직을 할거냐는 질문에, 대학 4년간 생각도 못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뭐냐 하면, 예원은 애초부터 뭔가를 하기 위해서 대학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을 하고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역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다.

 

주위의 시선은 따가웠지만 어느 정도 철이 들어서인지 예원은 선언을 하였다.

 

"우선은 좀 쉬고 싶어요. 천천히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할 테니 시간을 조금 주세요."

 

대학원 진학을 한 것이 미래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지만 예원은 3년간의 실업자 생활에서 깨달은 점이 꼭 남들이 원하는, 남들이 예상하는 진로를 자신은 밟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자기가 잘하는 공부를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파들어 가보는 것 역시 해볼만한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같은 학교 대학원의 석사과정을 시작한 이유는 영국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내세울 만한 실적으로 좀 쌓은 뒤 박사과정을 외국에서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여간, 석사과정을 시작하고 좋은 프로젝트를 하게되어서 그리고 결과가 잘 나와서 너무나 다행이었는데 학회참석을 위해 가야하는 곳마저 영국이라는 사실에 너무 흥분이 되었다. 의욕이 항상 너무 없어서 대학다닐 때도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연수, 이런걸 해본적이 없었던 예원이었는데, 3년간 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의욕이 확 솟은 이유는 그 당시 맘이 잘 맞던 아르바이트 파트너였던 2살 많은 그 당시 영국유학준비를 하던 오빠의 영향이 컸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던 영국이었지만 그 오빠는 끊임없이 영국자랑을 했었다.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여행할 곳이 너무나 많다면서. 공부하면서 시간날 때 마다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영국인데 학회를 가야하는 곳이 런던이 아니라 맨체스터라는 동네란다. 그래도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맨체스터라는 동네가 지리적으로 런던에서도 멀지 않고 또한 생각도 못했던 스코틀랜드와도 가까와 보였다. 학회기간에는 자유여행은 하기 힘들겠지만 학회시작하기 며칠 전에 맨체스터에 도착한다면 런던이든지 스코틀랜드이든지 충분히 가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예원은 학회준비를 하는 짬짬이 2일간의 자유시간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해보기로 했다.

 

우선은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어디를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했다.

 

'자, 맘 먹고 알차게 계획해보자.'

 

처음 맘 먹고 가는 해외여행이라서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여권의 유효기간도 체크하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지도 확인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항공편 그리고 호텔 예약도 날짜에 잘 맞춰서 해버렸다. 일 때문에 가는 거라서 자유시간을 자비를 써야하지만 항공편과 학회기간의 호텔은 학교에서 다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서 예약을 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2일간 더 묵을 호텔과 따로 가는 여행편은 사정이 넉넉하지가 못한 관계로 열심히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호텔에 묵는 것과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현지숙소를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를 먼저 검색해봤더니, 맨체스터에서 계속 묵으면서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당일로 다녀올 계획이라면 호텔이 그다지 비싸지 않아서 그냥 학회기간에 묵을 호텔을 이틀 더 예약하는게 가장 쉬울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근데 어디로 갈지를 확실히 정해야 했는데 유럽에서 모두가 가봐야 한다는 런던, 파리, 로마 중 하나인 런던과 뭔가 고풍스러운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 스코틀랜드 쪽으로 갈 건지를 고민하다가 왠지 런던은 다음에 또 가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예를 들어 박사과정 진학을 영국을 갈 수도 있으니깐, 스코틀랜드쪽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스코틀랜드로 가기로 결정. 그 다음에 결정해야 할 것은 스코틀랜드에서 무엇을 봐야 할 것인가였다. 스코틀랜드의 가장 큰 도시는 글래스고 (Glasgow)인데 글래스고에 대해서 여행블로그나 다른 여행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여행으로 갈만한 곳이 아닌 것 같아보였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더 인구가 적은 에딘버러 (Edinburgh)는 어떤지 찾아보니 여기도 뭐 아주 흥미가 확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 대해서 좀 알만한 사람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둘 다 가보면 되잖아. 서로 별로 멀지도 않아."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예원 역시 이 신박한 의견에 대해서 만족함을 표했다.

 

해외여행에 초보라도, 게다가 혼자서 갈 계획이어서, 공부를 빡세게 하고 갈려는 욕심이 있었다. 이런저런 의구심 때문에 영국으로 떠날려면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결정을 못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결정을 마무리를 해야 기차라던지 이런걸 알아볼 수 있으니 하루는 날잡아서 결정을 해보기로 하고 또 열심히 인터넷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근데, 스코틀랜드하면 나오는 정말 절경의 경치는 어딘지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하일랜드 (Highlands)라는 지역이라는데 경치가 너무 예뻐 여기는 가볼 수 없을까 보니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한참을 고민한 후에 포기를 했다. 그래서 예전에 흥미가 가장 많이 갔던 에딘버러와 글래스고행을 결정. 그 다음은 맨체스터에서 기차편을 알아봤다. 비행기가 맨체스터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전이라서 호텔에 체크인도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일정인데 스코틀랜드로 곧장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게다가 에딘버러와 글래스고를 하루 일정으로 가기에는 너무 빠듯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것도 경비를 따져보니 효율적일거 같진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원래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2일간의 시간 중 첫날은 맨체스터에서 여유롭게 여독을 풀면서 쉬면서 맨체스터에서 유명한 축구팀의 축구장이나 가보기로 하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글래스고나 에딘버러를 가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구경을 한 후 다음 도시로 가서 구경을 하고 다시 맨체스터에는 밤 늦게 돌아오는 정말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든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다행히 기차편은 몇 달 일찍 사면 비싸지 않은 표가 많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선 기차표를 맨체스터에서 에딘버러까지 가는 편을 예약, 그리고 에던버러에서 글래스고를 기차를 타려고 보니 버스도 있다길래 훨씬 싼 버스를 예약하고, 일사천리로 글래스고에서 맨체스터로 돌아오는 기차편도 예약을 다 해버렸다. 차편이 결정되었으니깐 얼만큼의 시간이 있는지 쉽게 파악이 되어 좋았다. 계산을 해보니 맨체스터에서 기차를 타고 에딘버러에 도착하는 시간이 아침 10시가 조금 넘는 시간인데 글래스고에서 다시 맨체스터로 출발하는 기차시간이 저녁 7시경이라서 스코틀랜드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9시간이 조금 안 된다.

 

예원은 따라서 우선 4시간 이상을 보낼 에딘버러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를 생각해봤다. 열심히 검색을 해보니 에딘버러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이 에딘버러에 있는 성이라고 했다. 어딘가에서 유럽의 고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 중에 눈에 확 들어온 에딘버러의 성을 언제가 보고선 스코틀랜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여서 첫번째로 에딘버러성을 찍었다. 4시간 안에는 점심 때도 끼여있지만 점심은 대충 편의점 같은데서 간편음식을 들고 글래스고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먹으면 되니깐 여행시간에는 포함할 필요가 없었다.

 

에딘버러를 검색하다가 예원에 눈에 또 들어온 것은 에딘버러 대학교의 고풍스런 건물이었는데 지도에서 거리를 보니 충분히 걸어갈만 하겠다 싶어서 대학교 캠퍼스 방문도 추가를 했다. 그런데 정말로 생각도 못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것은 그 유명한 해리포터의 소설이 탄생한 곳이 에딘버러라는 것이었다. 해리포터의 팬이었지만 이런 사실은 전혀 몰랐던지라 해리포터의 탄생지라는 엘리펀트 하우스라는 카페도 찾아가 볼 계획을 세워나갔다.

 

그러고선 선택한 주요 관광지를 우선 지도에서 마크를 해두고선 중간중간에 어떤 곳을 탐색할 수 있을지 꼼꼼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이 에딘버러 대학교였는데 이유가 지도상에서 에딘버러대학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 너무나 여러군데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실제로 예원이 에딘버러를 여행하면서 다시 문제가 되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찾아간 곳은 에딘버러대학이 있는 곳이 맞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찍어서 올린 사진 속에 나오는 고풍스런 풍경의 캠퍼스의 모습은 거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드 칼리지 (Old College)를 찾아가야 하는 건데 지금 대학캠퍼스가 크게 조성된 곳과는 몇 블럭 떨어져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에딘버러를 이제는 어느 정도 정복했다고 느낀 예원은 버스를 타고 글래스고에 갔을 때 뭘 보고 싶은지 정해야 했다. 아무리 찾고 찾아봐도 글래스고에서는 어떤 관광지가 유명한지도 잘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사진으로 봐도 특별한 곳은 없어보였다. 이런 이유로 일부러 시간도 글래스고에서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래도 켈빈그로브 미술관이라는 곳을 가면 미술관도 예뻐보였고 미술관에서 가까운 곳에 스코틀랜드의 유명대학 중 하나인 글래스고 대학교가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교통편이었다. 에딘버러에서 글래스고로 버스를 타고 오면 다운타운 쪽에 내리게 될터인데, 켈빈그로브 미술관까지는 걸어서 가려면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가 지는 시간을 고려하면 버스가 연착을 하지 않고 내려서 길을 헤매지 않고 열심히 35분간 걸어야지만 되는 거였다. 이러한 조건은 운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렇게 밀어부치기로 했다.

 

그리고 다운타운에서 떨어진 곳에서 다시 다운타운 쪽으로 와야지만 기차역으로 갈 수 있으니 다운타운은 어두워져도 조명이 환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이제 다 됐다.'

 

조사를 한 달 넘게 걸려서 끝낸 예원은 이러한 사항들을 잘 요약해서 간단히 1페이지짜리 파일을 만들었다. 시간표와 같이 여행에서 레퍼런스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난 뒤 2019년 10월에 출발한 정말 생에 처음이었던 해외여행을 너무나도 잘 다녀오게 되었다. 물론 게획대로만 다 되었던 건 절대로 아니였는데 그래도 꼼꼼한 계획 덕분에 여기저기 여행계획팁을 전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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