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간다고 하면 발리 (Bali)가 인도네시아의 한 섬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발리나 다른 아름다운 해변가가 있는 곳을 가느냐고 묻는다. 발리가 아예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전혀 인도네시아와 접목이 안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라고 하면 거기가 어딘지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먼 곳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가기에는 정말 먼 곳이다. 인구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4위라는 (인도, 중국, 미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인구대국의 수도인 자카르타 (Jakarta)는 더더구나 여행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다.
어쨌거나 올해 자카르타를 가게 되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슨 행사를 참석하기 위해서 자카르타의 남쪽에 바로 붙어 있는 데폭 (Depok)이란 곳에서 7박 8일 동안 있게 되었다. 데폭에 메인캠퍼스가 있는 인도네시아 대학교 (Universitas Indonesia)에서 있었던 행사였다. 이 곳을 떠나기 바로 전날은 행사 관련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 동안 자카르타의 유명한 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즉, 여행이라고 해봐야 딱 하루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자카르타를 떠나서 멀리 않은 곳에 있는 반둥 (Bandung)이란 곳에서도 3박 4일 간을 보냈는데 반둥에 관한 스토리는 다른 글로 쓰려고 한다.
자카르타를 보기 위해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좀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서 정말로 고민을 많이 했다. 엄청나게 많은 인구 (도시 인구만 천만은 쉽게 넘어간다고 한다)를 자랑하지만 관광자원은 그다지 개발하지 않아서 가볼만한다게 딱히 많이 없기는 하다. 그래도 도시의 상징물과도 같은 Monas (우뚝 솟아 있는 탑이다)를 우선 보러 갔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인지 월요일이었는데 딱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래도 창살을 통해 어떤 모습인지는 충분히 볼 수 있긴 했다. 묵고 있던 호텔에서 엄청나게 저렴한 (30센트 정도) 전철을 타고 근처의 역에 도착을 한 뒤, 열심히 걸어서 갔다. 강/하천이 근처에 있었는데 이쪽 지역의 심각하게 오염된 수자원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모나스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오다가 보니 주위에 인도네시아 국립미술관 (Galeri Nasional Indonesia)이 있다고 해서 미술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나칠 수가 없어서 들어가봤다. 무료입장이었는데 등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도 회화작품이 있는 관은 공사중이라서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유명할거라는 가정이 더 맞다) 조각가 둘의 작품을 전시해 둔 관에는 입장이 가능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미술관이다 보니 겉에서만 봐도 예술적인 감각이 확 느껴지는 곳이라서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전시관 앞에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근현대사에서 발생한 슬픈 과거를 조명한 작품들이다.
전시관 안에 있는 작품들도 기대치가 조금은 낮아 있어서 (인도네시아의 수준을 무시하는게 아니고 회화 작품을 보러갔다가 보지 못해서이다) 그랬던지 두 조각가의 작품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상당히 좋은 시간을 보냈다.
미술관을 나서서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다 근처라서 이동시간은 짧아서 좋았다. 걸어다니기에도 그다지 멀지 않아서 더운 날씨에도 체력소비를 크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행선지가 이슬람 모스크와 카톨릭 교회 (성당)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이었다. 열심히 걸어가다보니 왠지 무섭게 생긴 건물이 보였다. 조금 찾아보니 국방부 같은 곳이라고 한다. 탱크가 전시 되어 있고 총을 든 군인이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
또한 계획에 없었던 조형물이 눈에 띄길래 가까이 다가가 봤다. 뉴기니 (New Guinea)의 서부를 네덜란드에게서 독립시킨 걸 기념하는 기념비라고 한다. 영어로는 West Irian Liberation Monument이라고 하고 인도네시아어로는 Monumen Pembebasan Irian Barat이란 이름이다.
모스크와 성당 중 성당 (Jakarta Cathedral, or Gereja Katedral Jakarta)에 먼저 입장을 했다. 교회 건물은 유럽식이라서 어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었다. 사실 안도 여느 유럽의 카톨릭교회 건물 같았다. 곧 교황이 오는 일정이 있다고 해서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분명히 의도했겠지만 이 꽤 큰 성당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있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모스크를 지었다. 이스티크랄 모스크 (Istiqlal Mosque, or Masjid Istiqlal)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독립 (Independence)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2차 대전 후 의 독립을 기념하여 지었다고 하며 규모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모스크라고 들었다. 가장 큰 모스크 1, 2위가 둘 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있으니 다른 나라에 있는 모스크 중에서는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는 거다. 솔직히 겉으로 보이는 모스크의 모습은 크기만 엄청날 뿐 별 감흥이 없는 건물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엄청난 규모의 기도실 뿐 아니라, 모든 바닥, 벽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고급스럽다.
모나스, 모스크, 성당 까지가 원래 계획이었고, 미술관은 그냥 들어가 본 곳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원래 계획 중에 있었던 코타 투아 (Kota Tua, Old Town)를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 전날 저녁 식사를 하러 깜깜할 때 와서 돌아다녀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전철을 타고 한참 가야 했지만 발걸음을 옮겨 봤다. 그런데 오히려 어두운 저녁에 본 모습보다 더 나은 점이 없어 보였다. 뭔가 제대로 못 찾아간 느낌이었는데, 더 이상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덥기도 하고 체력도 거의 떨어져 가는 시점이라서 마무리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 전날 저녁에 본 모습은 이렇다. 광장을 비롯한 유럽식으로 지어진 꽤 오래된 건물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근처에 있는 코타 기차역도 유럽도시의 기차역처럼 생겼다. 다른 점이라면 여기로 다니는 기차가 광역권을 다니는 전철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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