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에 먼저 왔지만 아침에는 브뤼헤 (Brugge)를 다녀오는 바람에 브뤼셀 관광은 오후나 되어야 시작했다. 여전히 며칠간의 강행군탓인지 피로가 엄청 누적된 상태라, 동선을 상당히 많이 고려했는데, 뭐 그렇게 여행객을 자극할만한 곳들이 많이 없어 결국은 여기저기 많이 걸어다니게 되었다는게 약점. 미디 (Midi) 기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제일 먼저 브뤼셀, 아니 벨기에의 상징물 같은 오줌싸개 소년 (Manneken Pis) 동상을 보러갔다. 여행의 동선과 방문지, 그리고 비용에 관해서는 따로 정리를 해두었다.
워낙 이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 왜 꼭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너무 작아서 실망이 많다는 둥 얘기가 많았지만 기대가 원래 별로 없었던 나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이 동상이 맘에 들었다. 많은 각도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리고 맘에 들어서인 까닭에 이 오줌싸개 소년 이후에 세워졌다는 오줌싸개 소녀 그리고 오줌싸개 개까지 걷는게 힘들었는데 꾸역꾸역 찾아가게되었다.
브뤼셀에서 벨기에식 와플을 꼭 먹어보리라 생각해서 가장 심플한 와플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 와플을 베어 물고선 브뤼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랑플라스 (Grand Place) 방향으로 향했는데, 그랑플라스가 나오는 한 골목길에 있는 Everard 'T Serclaes의 기념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주조물의 팔 부분을 문질러 대면 다시 브뤼셀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어 모두가 쓰담쓰담하고 가서 나도 쓰담쓰담 했다. 팔 뿐 아니라 여기저기 다 만져대기 때문에 동상의 많은 부분이 반질반질하다.
브뤼셀을 상징하는 광장 그랑플라스의 모습이다.
여러 여행 소개 책자, 블로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 그랑플라스를 지나게 되면 그 다음에 별로 할게 없다는 브뤼셀 여행의 단점을 무마시켜보고자, 여기 오기 전 알아본 것 중 하나인 코믹스트립 (만화)이 그려져 있다는 벽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구글맵을 돌려보니 여기서 한참 걸어가야한다는 중압감이 싫었는데 아직 파리로 돌아가는 기차시간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던 터라 용기를 내서 조금씩 움직여 나갔다.
힘든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마침 지나쳐가는 식당/카페 앞에 피파 월드컵 관전 가능하다는 간판에 이끌려 무작정 들어갔는데, 중앙의 큰 홀에서 프로젝터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이 날이 마침 한국과 스웨덴, 즉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경기였다. 후반이 시작한지 조금 넘어서 보기 시작해서 경기의 승패가 결정된 끝물까지 보고 나왔다. 결과는 0:2 패배.
걷고 또 걸어 결국은 코믹스트립이 그려져 있는 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체력이 좀 바쳐줬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많이 보러 다녔을텐데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코믹스트립을 봤으니 브뤼셀에서 계획한 것 중 남은 과제가 몇 안 남게 되었다. 오줌싸개 소년 동상에서 영감을 얻은 오줌싸개 시리즈 중 세번째인 오줌싸개 개 (Zinneke Pis)가 마침 근처에 있길래 열심히 찾았다. 좀 찾기 힘들었지만 (조그만 사거리 구석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발견, 역시 여러 각도 에서 사진을 찍어 봤다.
이제 오줌을 싸는 개를 봤으니 마지막 남은 오줌싸개 소녀를 찾으러 나섰다. 역시 지도를 보니 한참을 걸어가야 해서 가다보니 아름 다운 교회 건물이 나왔다.
교회에서 잠시 기도를 한 뒤 나와 배가 더 고파지기 전에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두 번째 음식인 감자 튀김 (frites) 을 사들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구석 탱이에 있는 오줌싸개 소녀 (Jeanneke Pis)의 동상은 사실 가장 당황스러웠다.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지 않는 건 이상하진 않았지만 아예 철장을 이렇게 심하게 쳐두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철장 사이로 쑤셔넣어 철장의 거의 안 보이게 사진을 찍어봤는데 너무 클로즈업이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시 그랑플라스 쪽으로 향하기 시작한 이유는 로얄휴버트갤러리 (Galeries Royales St Hubert)라는 쇼핑가를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이 정감있는 쇼핑거리는 벨기에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명물은 초콜렛 가게들이 몇 군데 있었다. 전통을 자랑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초콜렛들이 얌전히 잘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멋졌다.
이제는 더이상 걸어다닐 힘이 없어서 아직도 돌아갈 기차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기차역에 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기차역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 파리행 기차를 타야하는 미디 (Midi), 즉 남역을 가기 위해 근처의 중앙역으로 가는데, 이 아름다운 자채의 스머프 동상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건물안의 MOOF라는 박물관은 문이 닫혀있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몇몇 전시물과 기념품 가게의 모습에서 보이는 아기자기한 만화에서 나오는 피규어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벨기에의 자랑, 스머프가 탄생 60년이 되었나 보다 (1958년에 최초 공개).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남역으로 이동해서 거기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탈리스 기차를 타고 파리로 '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