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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오스트리아 Austria

2024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Wien/Vienna Austria)

by 노블리스트 2024. 3. 18.

"비엔나"는 요즘 들어서는 더 이상하다. n이 두번 연달아 있으면 n을 두번 다 따로 발음을 해야 한다는 기준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어쨌거나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쓰는 나라이기 때문에 독일어 표현인 빈 (Wien)으로 쓰면 아무런 문제는 없지만 영어로 쓸 때는 왠만하면 "비에나"라고 하자.

 

아무래도 작년에 왔던 기억이 좋은 탓에 정말로 올해 들어 다시 왔다. 처음에 빈으로 오게 되었을 때는 정말로 클림트의 작품을 보는 것 말고는 큰 기대가 없었는데 워낙에 도시가 크지도 않고 다니기에 너무나 편하게 되어 있어서 좋았었다. 게다가 이 도시를 거점으로 조금만 발품을 팔면 다른 지역으로도 당일로 갔다 올 수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왔을 때도 빈의 모습은 하루 이틀 정도면 충분히 관광으로 온 걸로는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주위의 지역들인 체코의 프라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그래도 두번째지만 빈도 한번 더 열심히 보고 싶어서 몸을 너무 피곤하게 하지 않으면서 3일간 하루 2-3시간 정도씩 써가며 돌아다니게 되었다.

 

여느 관광객 못지 않게 빈이 자랑하는 최고의 관광지라고 하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별장이었다는 쇤브룬 궁전 (Schloss Schönbrunn)으로 갔다. 작년 기억을 되살려 궁전 안을 다시 보고 싶긴 했지만 그냥 화려한 궁궐인지라 이번에는 가장 저렴한 옵션인 State Apartments (€20)를 선택했다. 비교하면 미안하지만 파리 근교인 베르사이유 (Versailles) 궁전을 모델로 했다지만 규모의 차이 뿐 아니라 화려함의 차이마저 있기 때문에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 워낙에 개인적으로 화려한 장식이나 궁전 이런걸 특별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도 궁전 안은 후다닥 지나가고 뒤편에 있는 큰 정원에서 빈의 전경을 감상한게 전부이다. 그래도 이렇게 탁 트인 전망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쇤브룬 궁전을 들렸으니까 다음은 모든 사람에게는 2순위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미술관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언제나 1순위인 벨베데레 (Belvedere) 궁전의 미술관으로 향했다.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라는 화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겠지만 클림트가 남긴 작품 중에서 키스/연인 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그림은 어딘가에서 한번은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 미술관은 오스트리아의 다른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도 많이 있어서 두번째 임에도 불구하고 난 충분히 좋았다. 다만 예상치 못한 것이 이번 유럽 일정에서 현금만 받는다는 곳이 딱 한 군데 있어서 혹시나 싶어서 약간의 유로화를 챙겨 갔는데 여기서 자그만치 €2를 쓸지는 꿈에도 몰랐다는 점이다. 조그만 백팩을 매고 있었는데 라커에다가 보관을 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박물관/미술관은 무료나 저렴한 가격으로 가방과 겉옷을 맡아주는 곳이 있기 마련인데 (여기도 작년에 분명히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입장할 때 안에 있는 라커에다가 넣으라고 했다. 사실 나올 때 흘깃 보니까 원래 알던 대로 사람이 있는 맡아주는 곳이 있는 것 같기는 했다. 어쨌거나 라커에 가니 2유로 동전만 들어가는 열쇠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가져간 현금 중에 2유로 동전이 있긴 했다.

 

벨베데레 궁전을 보고 나니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차적응도 안되어서 무척 피곤해서 이른 시간에 숙소에 가서 쉬었다.

 

이틀이 지나고 나서 다시 빈의 중심가로 나왔다. 이번에도 빈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에 하나인 슈테판 성당 (Domkirche St. Stephan)에 갔다. 작년에 왔을 때는 그냥 밖에서만 보고 왔었지만 이번에는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워낙에 성당/교회는 보이는 대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편이라서 외형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새로움을 느끼진 못했어도 워낙에 잘 지어진 대형 교회 건물이어서 웅장함에 약간은 압도되었다. 슈테판성당의 광장에서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페터 카톨릭교회 (Katholische Kirche St. Peter)이 모습도 빼꼼히 보인다.

 

슈테판성당의 광장에서는 알버티나 (Albertina)와 빈국립오페라극장 (Wiener Staatoper)가 멀지 않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했다. 역시나 국립오페라극장의 모습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여기와 가까운 곳에 있는 오케스트라홀이 있는 빈무지크페라인 (Wiener Musikverein)과 함께 빈이 음악의 본고장이었다는 (과거형이기도 하지만 현재에도 어느 정도 진행형이기도 하다) 느낌을 잘 볼 수 있다.

 

조금 더 힘을 내어서 전차로 두 정거장을 가서 합스부르크 (Habsburg) 가문의 궁전이었던 호프부르크 (Hofburg)를 보러 갔다.

 

호프부르크 왕궁의 건너편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Maria-Theresien-Platz)이 있고 양쪽으로 똑같이 생긴 건물이 두 개가 있는데 둘다 박물관 건물이다. 하나는 자연사 박물관 (Naturhistorisches Museum Wien)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 박물관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인데 역사박물관에는 미술작품도 꽤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박물관이 더 끌렸지만 (아마 다음에 빈에 다시 오게 된다면 방문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자연사 박물관을 들어갔다. 여러 군데의 자연사 박물관을 다녀봤지만 빈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정말 눈에 띄었던 것은 박제되어 전시된 '새'가 정말 많았다는 점이다.

 

자연사 박물관을 끝으로 2일째의 빈 시내 관광은 마무리 했다.

 

마지막 3일째의 빈은 여러 곳을 생각해보다가 작년에 우연히 왔다가 너무나 맘에 들었던, 특히나 기념품 가게가 너무나도 맘에 들었던 레오폴드 (Leopold) 미술관에 갔다. 여기는 클림트만큼 아니면 조금 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화가인 에곤 실레 (Egon Schiele)의 작품이 정말 많은 곳이다. 클림트의 작품도 꽤 있어서 "키스"가 아니라면 미술관으로의 감상은 여기가 더 즐길만 하다.

 

멋진 그림들, 그다음은 돈을 벌어야 하는 미술관의 운영방침에 따라 태연히 나타나는 기념품 가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약에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그림감상을 좋아한다면 빈에서 가장 좋은 기념품 가게는 여기이다. 사실 물건을 몇 개 사면서 거기 있는 점원이랑 똑같은 대화를 나눴다. 내가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작년에 오고 또 오는 거다라고 말해주니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다. 기념품 샵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카페가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음식이나 커피 등을 사먹는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제까지는 어느 도시를 가든지 미술관, 박물관을 가면 작품 감상을 열심히 하고 또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돈내고 가야 하는 외부에 있는 공공화장실보다 대부분 낫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꼭 카페를 들리는 편이다. 레오폴드 미술관의 카페에서는 줄이 길어서 들어갈 엄두도 내지 않았던 카페 자허 (Cafe Sacher)에서 파는 자허 토르테 (Sacher Torte)라는 빈에서 유명한 디저트도 한번 시켜봤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오리지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맛은 비교대상이 없어서 비교불가. 간식도 챙기고 미술관을 나서기 전에 1층에 있는 작품들도 잠시 감상을 하고 나왔다.

 

적어도 빈에서 3일간에 걸쳐서 빈을 둘러봤다. 징검다리 식으로 중간에 기차를 타고 멀리 갔다 오는 일정이 3번이나 있어서 체력 안배에 최선을 다했다. 돌아오는 날에는 유럽에 왔으니 현지식 (?) 중국음식점을 찾아서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향했는데 이 중국음식점 (Cola la)는 꽤 괜찮았다. 숙소의 모습 그리고 숙소 근처에 있는 교회의 모습을 뒤로 하고 2024년의 빈 여행의 마지막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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