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어느 유튜버였나 방송이었나 어쨌건 매체를 통해서 오스트리아에 가면 꼭 가보라는 곳이 되어버린 할슈타트 (Hallstatt)라는 마을이 있다. 잘스부르크 (Salzburg)나 그라츠 (Graz)와 가까운 편인 곳인데 빈 (Wien)에서는 좀 거리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최근 들어서 엄청 늘어난 편이어서 그런지 빈에서 출발하는 할슈타트 관광상품도 상당히 많았다. 원래 한국분들의 여행블로그 등에서 힌트를 얻어서 따로 다시 공부한 다음 확신이 들면 여행에 옮기는 절차를 택하는 나였지만 기본적으로 매체에서 광고성에 가까운 "유명" "꼭 가볼 곳" 이런걸 잘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속는 셈 치고 가보기로 했다. 마침 일찍 예매을 하면 주말에만 운행한다는 빈에서 갈아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기차편이 많이 비싸지 않아서 그렇게 계획을 했다.
그런데 역시 "속는 셈 치고"는 적어도 나한테는 배신을 하지 않았던 것이 빈에 가기 전 한달 정도 전부터 예매했던 주말에만 (토일) 운행하는 직행 기차편이 취소가 되었다는 통지가 계속 날라왔다. 구간 중에 공사를 하게 되어서 취소가 되었다는 통보여서 이메일이나 웹에서 연락을 할 방법이 없어 (전화만 된다고 나와 있었다) 빈에 도착해서 큰 기차역에 있는 연방철도 사무소에 가서 물어보기로 계획을 했다. 프라하에 가는 날 아침에 빈 중앙역에 있던 사무소에서 물어보니 예상했던 대로 같은 구역이면 그날 아무런 기차를 타도 된다고 했다. 철도회사의 실책이기 때문에 따로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아무 기차도 타도 된다는 카드를 프린트해서 주길래 받아왔다.
할슈타트로 향하는 기차행은 직행은 취소가 되었지만 한번만 갈아타면 되는 일정을 잘 찾아서 별 문제없이 할슈타트 기차역까지 갈 수가 있었다. 할슈타트로 향하는 곳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Alps) 지역인지라 할슈타트에 들어가기 전에도 상당히 큰 호수와 설산이 보여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할슈타트 역으로 들어서면서 아 드디어 보인다 싶어서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할슈타트 기차역에 도착하니 같은 기차에 있던 많은 승객들이 하차를 했다. 나처럼 소문을 듣고 여기로 온 관광객들이었다. 하지만 할슈타트는 기차역에서 다시 페리/보트를 타고 건너야 하는데 (기차를 타지 않으면 버스나 차를 타고 곧장 갈 수 있는 길이 있긴 하다) 기차 시간과 어느 정도 맞춰서 운행을 한다는 정보를 알고 온 터라 서둘러 배를 타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날 비는 오지 않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기다리는게 꽤나 추웠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문제라기 보다 "역시" 예상한대로 무척 아름다워 보이는 동네였지만 규모도 작도 이렇게 멀리 와서 봐야하는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벌써 실망이 조금 들까 말까 했는데 이 놈의 배가 올 생각을 안한다. 가야하는 동네인 건너편의 선착장에 뻔히 배가 정박되어 있는게 보였는데 2시간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방송이나 통지도 없이 배가 운행을 안했다. 나처럼 2시간 정도 기다린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대충 추측을 해보자면 할슈타트 마을에 있는 선박장에서는 분명히 오늘 모종의 이유로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배를 띄우기 힘들다던지 파업을 했다던지 뭐 이런저런 이유로) 배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걸 알렸을 것 같은데 건너편에 기차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달한 방법이 마땅치 않았을거라 생각했다. 이 가치역이 선로가 하나밖에 없고 직원 하나 없는 간이역 수준이라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거나 오지 않는 배를 2시간 기다리다가 포기를 했다. 떠나기 전 멀리서 보이는 마을의 모습 그리고 그래도 아기자기하게 예뻤던 간이 기차역의 모습만 사진에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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