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일정이 무리를 하면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브라티슬라바, 그리고 리스본까지 다 가볼 수 있는 유럽 5개국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포르투갈)을 구경할 수 있었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는 없었기에 여행의 마지막 날의 바로 전날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거의 이번 여행 일정의 마지막을 보냈다. 작년에도 왔던 곳이지만 체력안배를 해서 주요 관광지만 다니기로 계획을 했고 조금 "덜" 걷기 위해서 가는 전날 도나우강 (아무래도 관광지로 유명해서 영어인 다뉴브강 Danube이란 표현이 더 많이 보인다)을 운행하는 유람선을 예약을 했다. 부다페스트하면 정말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찾아보면 "야경" 야경 야경만 나올 정도로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데 여기서 밤까지 있을 일정이 안되서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할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휴식을 취할 겸 한시간 유람선을 타면 어떨까 싶어서 예약을 한 것이었다.
우선 빈에서 기차를 타고 부다페스트 기차역 (Budapest-Keleti)에 도착 한 뒤 시내를 다닐 수 있는 24시간 교통권을 구입했다. 산술적으로는 전철이나 버스를 별로 타지 않을 거라서 따로 사는게 더 경제적일 수도 있었지만 작년에 기억에 의하면 버스 정류장에는 티켓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하기 싫어서 24시간권을 구입했다. 결과적으로는 옮은 선택이었던게 대략 금액으로도 비슷하게 전철과 버스를 탔던 거 같다.
여기서도 스토리가 조금 있는데, 이날 독일에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원래 타려고 했던 기차가 "또" 취소가 되었다. 2008년에 독일에 갔을 때도 똑같이 기차 파업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파업을 자주 하나 보다. 그래서 사무소에 들러서 그러면 이번에도 아무 기차나 타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그렇게 하면 된다고 다시 "아무 기차도 타도 된다는" 티켓을 프린트해 주길래 받아왔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서 돌아 오는 기차도 아무 기차나 타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그건 자기네들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안되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쨌거나 원래 타려는 기차는 취소가 되었고 기차가 조금 연착이 되어서 도착하고 보니 벌써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었다. 점심을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나름 고급식당이라고 하는 그리고 위치도 비싼 지역에 있던 한식당인 "The Gangnam"이란 곳을 찾아갔다. 이곳은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간 돼지국밥, 차돌짬뽕을 비롯해서 상당히 많은 한식메뉴가 있는 곳이었다. 돼지국밥이 제일 위에 있는 메뉴 중 하나여서 이걸 시키려다가 바로 밑에 있는 메뉴인 순대국밥을 시켰다. 부산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고 하는 돼지국밥은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그래도 자주 먹었던 순대국밥을 시킨 거였는데 먹다보니 순대국밥은 비계가 많이 들어간 돼지국밥에다가 순대만 몇 개 넣은 정도였다. 비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지 음식은 꽤 맛이 있었다. 아마도 부다페스트에 다시 온다면 다시 방문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유람선을 오후 1시 반에 출발하는 편을 예매를 해서 시간이 약간 있다고 생각을 해서 부다페스트에 오면 가장 눈에 띄는 성당인 센트이슈트반대성당 (Szent István Bazilika)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오면서 벌써 지나간 곳이어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금방 이동을 했다. 작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성당 답게 내부도 볼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성당의 이름이기도 한 성이슈트반의 오른손 (미라처럼 처리를 해서 썩지 않는다고 한다)을 고이 모셔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성당 안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어서 유람선 출발까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것이었다. 재빠르게 걸음을 옮겨 전차를 타고 예약한 유람선이 출발하는 Dock 10을 향해서 갔다. 다행히도 출발시간 10분 전 정도까지 도착해서 무사히 승선에 성공하긴 했다. 야경이 아니기 때문에 유람선에 손님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고 너무 좋았다. 낮이어도 유람선에서 볼 수 있는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좋았다. 부다페스트에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게 유람선에서 바라본 불빛이 화창한 국회의사당 (Országház) 건물인데 낮에 봐도 충분히 화려한 모습이다.
한시간을 유람선에서 경치도 보고 충분히 쉬고 난 후 부다성 (Budavári Palota) 쪽으로 향했다. 부다성은 먼저 갔던 프라하성처럼 성내가 꽤나 넓은 지역이다. 그 중에서 역시 큰 성당과 아름다운 경치가 볼 만 하다. 마차시성당 (Mátyás templom)의 외관이 상당히 유려하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이번에도 내부로 들어갔다. 하지만 외부의 모습과는 약간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솔직히 입장료가 조금 아까울 정도였다. 그리고 작년에도 느꼈지만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좋다고 느꼈던 곳인 어부의요새 (Halászbástya)라고 불리는 곳에서 이번에는 입장료가 아니라 카페에서 음료수를 시켜 먹었다. 카페와 식당이 있는 곳이 경치가 워낙 좋은 곳인데 손님이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관광지 물가 톡톡히 치르면서 비싼 음료수를 일부러 마셨다. 여기서는 저 멀리 센트이슈트반대성당도 잘 보이고 가장 유명한 다리인 세체니다리 (Széchenyi Lánchíd)도 잘 보인다.
많은 시간이 있었던게 아니라 빈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저녁을 먹으러 현지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를 뒤져봤지만 "현지식"이라는게 사실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것이다 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그리고 한인여행객들에게 거의 모두가 추천하는 박바르주 식당 (VakVarjú Étterem Pest)을 가기로 했다. 까마귀가 상징인지 블로그 같은데 보면 다들 "까마귀식당"이라고 한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어로 쓰여진 여행정보를 100% 신뢰하지는 않아서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그래도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어서 이 식당으로 가게 된 것이다. 바쁜 저녁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해서 예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헝가리에서 한국입맛과 잘 맞는다는 굴라시 (Goulash)를 먹어보고 싶기도 해서 기대를 어느 정도 하고 갔다. 가격도 관광객들 상대인데다가 상당히 고급스러웠던 식당이어서 꽤 비싼 편이었다. 결론은 굴라시는 너무 입맛에 맞지 않아서 반 정도를 남겼고 다른 음식도 솔직히 별로였다. 특히 당근향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인데 당근맛이 국물맛에 깊이 배여 있어서 더 싫었던 것 같다. 이게 이 식당이 음식을 잘 못해서 그런지 헝가리 음식자체가 내 입맛에 맞지 않는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부다페스트에 다시 오더라도 두번은 안 갈 것 같다. 굴라시도 현지음식이라고 하지만 워낙에 거의 소설미디어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매체에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적어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정말 여행은 다른 사람들 말만 들으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경험하고 내가 확신이 없으면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그럴 만한 계획이 없어서 따라했다가 약간의 후회를 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경험을 했으니 후회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유일하게 맛있게 먹었던 것은 슈니첼 (Schnitzel)이었는데 이것도 오스트리아가 본고장인데 거기서는 먹지 못했던 걸 여기서 비슷한 걸 먹은 거라서 현지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약간은 아쉬웠던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부다페스트 기차역으로는 지하철로 이동해서 무사히 빈으로 복귀했다. 2024년의 유럽여행을 잘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어서 기분은 상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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