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중국이지만 본토 중국과는 다른 여러가지 특혜가 부여되어서 영국이 오랬동안 식민지로 삼았던 곳 인만큼 상당히 서구화 되어 있는 곳이다. 처음 가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지가 않은데 홍콩영화도 몇번 봤고 그리고 한국에서는 여행으로 많이 가는 곳이라서 그런 듯 하다. 그리고 이번에 하루 동안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여기 정말로 덥고 습하다. 한 여름 날씨 어디 가지 않는다. 그리고 크지 않은 도시의 규모 때문에 사실 하루의 시간도 아깝지 않을까 싶었는데 혹독한 날씨 탓에 하루 동안 다니는 것 자체가 육체적으로 꽤나 힘들었다. 한 6시간 돌아다니다 보니 더 이상 이동하기는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계획을 너무 대충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계획에 맞춰서 움직이면서 분위기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바꿔가면서 다녀봤다. 가장 먼저 아침에 덜 복잡할 때 갔던 곳은 빅토리아 픽 (Victoria Peak). 사실 픽을 걸어서 다 올라간게 아니고 Peak Tram을 타고 올라갔다. 올라가기 전에 왜 콤보 티켓을 파는지 의아했는데, 트램 티켓 + 스카이테라스 (트램의 종착지에 있는 건물의 테라스에 올라가서 경치 감상)을 같이 파는 거였다. 스카이 테라스를 구입하지 않으면 트램을 타고 올라가도 홍콩의 빌딩숲이 잘 보이지 않는다.
픽트램의 끝에는 스카이테라스가 있는 건물인데 여기에 낯익은 커피숍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 또는 응 아라비카 (%Arabica), 쿄토에서 본 그 커피숍이 맞을 거다 (내가 본게 1호점이 맞다는 것 같다).
스카이 테라스 티켓을 따로 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격표도 보지를 않고 그냥 건물 밖을 나왔다. 바로 앞에 보이는 지도를 보니 Lugard Road로 걸어 가면 빌딩숲을 볼 수 있는 뷰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걸어갔다.
20분을 걸어가야 간다고 해서 가지 말까 하다가 길을 나섰는데, 나무가 너무 많아 뷰가 많이 가려있어서 정말 20분을 걸어가야 뭔가가 보이는가 싶어서 시작부터 힘들어졌다.
그런데 계속 걷다보니 스카이테라스가 있는 건물을 멀찍이 볼 수 도 있고 20분은 안 걸었지만 중간 즈음에서 (중간이 맞을거다. 끝가지 가지는 못했기 때문에) 꽤 잘 보이는 구간이 있어서 거기서 뷰를 감상하다가 다시 픽트램을 타러 돌아왔다.
트램을 타고 내려오면서도 경치가 꽤 좋긴 했다.
이제 빅토리아 픽은 가봤고 그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서 센트럴역 쪽으로 가다보니 성당이 하나 있었다. St. John's Cathedral이라는 이름이다.
센트랄역에서 그 다음으로 가려는 곳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서 Choi Hung Estate에 도착했다. 이 곳이 왜 관광지가 되었는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의 옥상농구장이 명소가 되었다. 그런데 역에서 내려보니 아파트의 모습은 잘 보이는데 어디로 가야 농구장이 있는지 눈에 딱 들어오지는 않았다. 지역지도를 보니 바로 여기라는데. 그래서 조금 걸어 가다보니 주차건물이 크게 보였다. 혹시나 싶어 이 주차건물의 옥상이 아닌가 싶어서 올라갔더니 역시나였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알록달록 (과하지 않은 컬러)의 아파트 건물을 배경으로 농구골대가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찍고 싶은 사진은 찍었으니 이제는 점심 시간이 되어서 여행 일정에 사실 잘 넣지 않는 식당 스케줄에 따라 이동을 했다. 유명 딤섬집이라는 dim dim sum에 갔다. 현금을 찾을 계획이 없어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으면 먹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신용카드도 문제가 없다길래 혼자 앉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음식은 맛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조금은 놀랐고 생각보다 많은 양이어서 놀랐다. 그래도 점심은 잘 먹었다. 다음 행선지인 Ladies' Market으로 걸어갔다. 사진에서 보니 그냥 흔한 잡다한 물건을 파는 재래시장의 분위기라서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 기대를 안하는게 맞았다. 내가 나이가 이제는 좀 있다보니 이런 풍경 기억에 아직도 익숙하다.
그래서 빨리 다음 행선지인 침사추이 (Chim Sha Tsui) 방향으로 다시 지하철로 이동을 했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본 광고에서 홍콩미술관이 기억이 나서 바로 침사추이에서도 제일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임을 확인한 뒤 거기 먼저 가보기로 했다.
흥미로운 작품이 별로 없는걸 알아서 미술관 자체는 대충 봤다. 더운 날 실내에서 땀을 식혀야 했기 때문에 쉬는 시간을 좀 가졌다.
역시 예상대로 미술관 안에서 보는 홍콩의 풍경은 대단했다. 위치가 워낙에 좋아서 그렇기도 하고 더운 바깥의 날씨를 피하면서 좋은 경치를 보니 더 기분이 업되었던 것 같다. 미술관을 나와서의 침사추이의 모습도 조금은 즐겼다.
침사추이를 다시 밤에 와서 야경을 보면 좋긴 하겠지만 해가 질 때 쯤이면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미련이 있어도 금방 버려버리고 다음 행선지인 Tai Cheong Bakery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오르막을 10여분 걷다보면 나오는 곳이다. 아마 한국인들에게 더 유명할거라는 느낌이 들었든 이유가 들어가보니 한국말 먼저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이청 베이커리 보다 더 반가왔던 곳은 블루바틀 (Blue Bottle). 내가 사는 동네 커피집이라서 더 반가웠다.
베이커리의 주력인 에그타르트는 사먹지 않았다. 대신 수분 충전을 위해서 포카리 스웨트 한병을 꿀꺽. 그 다음 행선지였던 소호 (Soho)로 또 걸어갔다. 홍콩의 소호는 몇몇 벽화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한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것 같았던 느낌이 들었던게 한국인 아닌 분들도 있었지만 한국인들의 모습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볼만은 했지만 감흥은 조금 떨어지는 벽화들은 뒤로 하고서 Mid-Level Escalator를 몇 번 더 타다가 그것도 힘들어서 호텔로 가서 공항으로 가기 위해 맞겨 둔 짐을 찾으러 갔다. 사실 에스컬레이터는 전날 밤에도 열심히 탔다.
호텔이 위치가 편리한 곳으로 잡아서 공항으로 가는 기차역을 가기에 쉬워서 좋았다. 홍콩은 아마도 또 오지 않을까 싶다. 어디를 더 가야할지는 그 때가 되면 다른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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