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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자유

by 노블리스트 2016. 8. 31.

Chapter 2. 자유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의 유연성이 더디어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머리가 굳어가는 것에 끊임없이 질책하고 화를 내지 않지 않으면 육체의 노화보다 정신적인 노화를 방임하는 것이다.

 

1975

 

유교수라는 직함을 달기 전까지는 단지 유박사로만 불리던 시절이었다. 다른 많은 유학이란 것을 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비교가 안되던 가난에 찌든 그였기에 어머니 지인이 소개해준 한 여성을 소개받게 되었다.

 

혼자서 생활하시기가 많이 외로우시죠?”

 

그것이 그녀의 첫마디였다. 유박사는 사실 한국 왕복 항공료가 아까운 탓에 만남을 주선해준 어머니의 지인의 호의를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상대방이 직접 미국으로 만나러 온 것이다. 시카고 근교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 (포스트닥이라고 한다) 신분이었던 유박사는 나중에 자신의 아내가 되는 그 여성을 처음 만나기 위해 오헤어 (O’Hare)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11월의 싸늘한 날씨 그리고 윈디시티라는 별명에 걸맞는 강한 바람에 10년 이상 매겨울마다 입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선 김이영이라는 여성을 마중을 간 것이다. 해외에 있는 까닭에 전화로 이름만 확인했을 뿐 어떤 모습인 지 알 길이 없었기에 백지에다가 김이영이라고 크게 써서 공항으로 향했다. 중요한 실험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회의가 당장에 내일이었지만 그래도 이 먼 곳까지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의 성의는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잘 알아서인지 유박사는 이 김이영이라는 상대가 왠지 자신을 잘 이해해 줄 것만 같았다. 다운타운의 호텔에 묵는다고 하여 공항에서 평소에 잘 갈 일이 없던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우선 호텔에 체크인을 한 뒤 이영과 유박사는 호텔 라운지의 카페에서 마주한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운전하고 호텔로 오는 길에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 없이 표현하던 이영에게 벌써 호감을 가진 탓에 유박사는 평소의 자신과 다르게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

 

결혼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빠른 시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내년에는 제가 하는 일과 교수직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안정된 삶을 꾸리고 싶습니다.”

 

이영은 사실 이 먼 곳에 이름만 알던 유철준 (유박사의 이름이다) 이라는 사람이 괜시리 운명적인 만남일거라고 확신한 탓에 앞뒤 재지 않고 여기로 날라온 거라서 이런 유박사의 태도가 놀라웠다기보다 반가웠다.

 

. 여기서 제가 뜸을 좀 들여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네요.” “결혼을 승낙하겠습니다.” “부모님들도 다 같이 만나뵙고 날짜를 잡아야 하니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행 비행기표를 알아보…”

 

실은 유박사는 이런 대답이 나올줄 알고 있었다. 멀리 이름만 알고도 여기까지 온 점. 보자마자 호감을 가지고 밝은 표정 밝은 목소리를 항상 유지하던 그녀. 그래서 유박사는 다시 한번 더 용기를 냈다.

 

제가 이영씨를 당장 행복하게 만들어줄 자신이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결혼준비를 한국에서 하게 되면 이것저것 격식도 차려야 할 것이고 저한테는 많은 부담이 될 것 같아서 그러는데, 그냥 여기서 조촐히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사는 건 어떨까요?”

 

평소에 당찬 성격을 자랑하던 이영은 여기서는 조금 말문이 막히는 듯 했다.

 

, 그게 철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저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이겠죠.” “대신 청혼은 확실히 해주셔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유박사는 당장에 이영의 손을 이끌고 다운타운의 백화점 보석 매장으로 향했다.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많이 없어서 작고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겨우 사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영에게 청혼을 하게되었다.

 

이영씨,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어느 때의 나라도 언제나 당신의 동반자이고 싶습니다. 저와 같이 같은 미래를 바라보시겠습니까?”

 

, 저도 그 미래에 반드시 든든한 동반자이고 싶네요.”

 

물론 각자의 부모님들, 친구들에게 이러한 갑작스런 전개는 적지않은 충격이었지만 상황이 특수한 상황인만큼 별문제 없이 유박사와 김이영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부부가 되었다. 이때가 1974. 그리고 그 다음해 12월에 이 부부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어렸을 때 부터 아이가 생기면 꼭 귀에 쏙 들어올만한 이름을 지어줄 것이라 다짐했던 유박사는 자신이 어렸을 때 동경하던 위대한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튼의 이름을 따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얘기를 꺼냈을 때 손이 귀한 부모, 친척들의 극렬한 반대로 비교적 평범한 이름인 영재라고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첫아이가 생긴지 2년 후 유박사는 그간의 연구 성과가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어 원하던 교수직을 여러 군데에서 오퍼를 받게 되었는데 연로하신 부모님을 생각하여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보였던 인천에 있던 인하대학교로 가기로 했다. 이영 역시 임신, 출산 등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을 하여 경영학 석사 학위를 획득하게 되었고, 유박사의 취직과 더불어 같은 인천에 있는 인하대병원의 경영팀으로 가게 되었다.   


 

관심사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워낙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다시 온 영재였지만 범상치 않은 부모를 둔 탓인지 어렸을 때 부터 관심사가 남달랐다. 다행히도 의식이 깨어있는 부모님이라 영재가 무엇을 하든지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북돋아주었던 탓에 영재의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면 어드벤쳐 그 자체라고 할 만 했다.

 

한번은 동생인 튼이 (유튼, 아이작 뉴튼에서 따온 이름이다) 와 함께 온동네 개울물을 여기저기 샅샅이 쑤시고 다녔는데 그 이유가 실험용 개구리를 잡기 위해서였다. 영재가 어렸을 때 다녔던 국민학교는 과학실이 개방되어 있어서 선생님의 허락만 있으면 얼마든지 과학실 용품을 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한창 인체의 구조에 관심이 있던 영재는 자연 책에서 본 개구리 해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붕어 해부도 할 수 있었지만 물고기보단 양서류 개구리 해부가 훨씬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개구리 한마리를 실험용 해부도구를 써서 한번 해부를 해 보고선, 이걸 동생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동생을 끌고선 직접 개구리를 잡으러 나선 것이다.

 

어쨌거나 비오는 날을 기다렸다 동네의 개울가에서 개구리를 겨우 두 마리 잡아, 선생님의 허락을 일찌감치 받아 과학실 사용을 허락받은 상태에서 튼이와 영재는 두마리의 개구리를 놓고선 서로 자기가 더 해부를 잘 하는지 경쟁을 하는 듯 했다. 세살이나 차이나는 동생과 그 당시 국민학교 5학년이었던 영재는 너무 차이가 날 정도였지만, 이 개구리 해부실험을 통해서 영재가 알게된 것은 어리지만 튼의 해부실력이 그 정교함에서 자기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었다.

 

이름과는 정반대지만 어렸을 적부터 태양계, 행성들, 우주의 기원 등에 꽤나 관심을 쏟아오던 영재는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래, 나한테는 생물이나 의학은 맞지 않아.’ ‘튼이는 커서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

 

또 어느 날은 영재가 그 당시에 다니던 성당에서 들려오던 파이프 오르간 소리에 심취하였는지 동네에 있던 피아노 학원을 부모님을 졸라 다니게 되었는데, 음악을 예술로 접근하기 보다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진 그 정교한 음표의 사용, 여러 악기들이 기계로 짜맞춘 것처럼 어루어지는 것 등에 더 관심이 생겨버렸다. 피아노는 얼마하지 않아 관뒀지만 음악 이론을 그때 어린 나이에도 심도있게 파고 들었던 탓에 음악이 얼마나 과학적인가를 항상 간직하고 다니던 노트에도 꼼꼼히 기록했다. 그러한 기록들은 당연히 나중에 별 쓸모 없는 것들이 되었지만 영재의 성격 형성에 큰 기여를 한 것은 틀림없다. 음악 이론 공부는 또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짜맞추려고 노력해야 하는 과학적 사고 구조와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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