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에서 토요일 오후 4시에 출발한 정말 짧은 근처 동네 탐방은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넉넉했다. 해가 길어 로잔에 다시 돌아온 시간이 9시가 안 되었던 일정이었는데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이동할 시간도 있었고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 로잔의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으로 이동해서 전철을 타고 로잔 기차역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 정도 걸렸고, 그리고 한 10여분 후 바로 몽트뢰 (Montreux) 행 기차를 탑승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 아니라서 혼잡함 같은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이동에 지장을 줄 정도의 사람들은 많이 본 적이 없다.
몽트뢰 , 불어로 발음하니 특유의 r소리가 나서 몽트후 ㅣ 정도의 발음으로 들렸던 것 같다. 몽트뢰 기차역에 도착해서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인 시옹성 (Château de Chillon)을 가기 위해 201번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을 찾아 나섰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버스타는 곳까지 가는 길을 약간 헤맸다.
201번 버스가 다니는 길로 계단을 내려갔다. 이번 여행 자체가 워낙에 짧은 여정이어서 스위스 프랑을 전혀 환전을 하지 않았고 신용카드로 모든걸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버스를 타려면 현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난감해 하다가 주위에 다행히 방문자센터가 아직 열려 있어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기차역으로 가면 신용카드로도 버스티켓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꽤 오르막이었던 길을 다시 돌아가서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에서 파는 티켓은 기차와 버스 모두 탈 수 있는 티켓 (구간별 티켓인 것 같았다. 같은 구간 안에서 이용할 수 있으니 버스 기차 관계 없이 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를 구입한 뒤 다시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인 레만 호숫가로 내려갔다. 시옹성으로 가는 201번 버스는 자주 오기 때문에 우선 몽트뢰를 조금 둘러보기로 했다. 또한 시옹성을 방문한 뒤에는 곧장 바로 옆에 있는 기차역에서 곧장 로잔으로 돌아갈 예정이어서 몽트뢰는 다시 오지 않을 계획었다. 여유있게 레만 호숫가를 따라 걸어가면서 몽트뢰를 느껴보았다. 레만 호수 (Lac Leman 또는 Lake Geneva)를 끼고 있는 로잔이나 몽트뢰 같은 경우 호숫가가 주 관광명소들이어서 호수를 끼고 걸어가면 많은 흥미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레만 호수를 운행하는 페리였다.
몽트뢰하면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 가장 유명한 행사라 할만하고, 또한 유명인사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한데 그 중에는 그룹 퀸 (Queen)의 싱어였던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도 있다.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 호수를 바라보며 그가 무대에서 자주 취했던 특유의 포즈로 서 있다.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 서 있는 곳은 몽트뢰의 큰 시장과 광장을 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좋은 곳이었다. 이 광장에도 201번 버스의 정거장이 있기에 여기서 버스를 타고 시옹성으로 향했다. 즉, 기차역에서 호숫가로 내려온 뒤, 호숫가를 한참 걷다가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도 만나고, 그리고 버스를 탄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Veytaux라는 몽트뢰와 바로 붙어있는 조그만 변두리 지역에 있는 시옹성이 눈에 들어왔는데 시옹성 앞 바로 정거장보다 한 정거장 앞인 Veytax-Chillon 기차역 정거장에 내렸다. 즉 버스를 타고 가면 시옹성과 좀 더 가까운 정거장에서 하차를 할 수 있지만 기차역으로 오면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조금 일찍 내린 이유는 사진에 담을려면 조금 먼 곳에서 보는 모습 역시 좋을 것 같아서였다. 예상한대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은 경치는 스위스 알프스, 레만 호수, 주위의 배경들까지 다 담을 수 있어 눈으로 보기에도 즐거웠고 사진으로도 충분히 잘 나온 듯 하다.
멀리서 보이는 시옹성으로 다가 가기 위해 우선 기차역을 지나서 걸어갔다.
시옹성에 도착, 시간이 마침 입장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몽트뢰 기차역의 매표소 직원은 이미 문을 닫았다고 했었는데?) 어찌된 사정인지 모르나 시옹성은 오픈되어 있었고 매묘소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즉, 입장료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봤다. 성안은 모습도 상당히 흥미로웠고, 성 밖에서 보는 성의 모습도 무척 정감이 갔다.
시옹성을 여유있게 보고 잠시 앉아서 사색에도 잠겼다가 이제 로잔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서 로잔으로 출발을 했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니 아직 해지기 까지 시간이 조금 더 있는 상태라서 중간에 있는 브베 (Vevey) 역에서 무작정 내려버렸다. 오다가 본 기억으로는 이 역이 좀 커보여서 동네도 좀 큰 곳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사전 조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뭘봐야 할 지는 몰랐지만 생각보다 너무 효율적으로 이동을 하게 되어서 해도 길고 해서 로잔으로 너무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브베는 네슬레 본사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레만 호수를 끼고 있는 동네답게 호숫가를 끼고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었다. 저녁 때가 된 지라 간단히 편의점 같은 곳에서 먹을 만한 것을 사들고 호숫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숫가를 거닐다 보니 흥미로운 동상들이 몇개나 보였으며, 또한 브베를 대표하는 조형물인 몰 속에 꽂혀 있는 거대 포크 조형물도 감상할 수 있었다. 포크는 네슬레 박물관으로 알려진 Alimentarium의 전시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분명 이 곳에 있는 또 다른 유명한 동상인 찰리 채플린 (Charlie Chaplin) 동상이 있었을 텐데, 찰리 채플린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난 그냥 지나쳐만 갔던 기억이다. 다른 동상들만 조금 유심히 봤던 것 같다. 동상이 있다는 건 분명히 뭔가를 기릴만한 것이 있다는 뜻일텐데, 모든 역사를 알 수는 없으니 동상이 누구의 것인가만 봐도 꽤나 즐거웠다.
브베에 있는 페리 터미널에는 사람이 안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보아 하니 페리 운영 시간은 끝난 듯 한다. 여름이 다가오는 시절이라 해가 길어서 벌써 저녁 시간이라 페리가 안 다녀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이전하기 전의 네슬레 본사 건물을 본 듯하다. 새로 크게 지어서 간 건물까지 가볼 수는 없었는데, 이 곳을 지날 때 즈음에는 이제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어서 열심히 걸어갔다. 지나가는 길에 흥미로운 교회 건물이 몇 군데 있었다. 브베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로잔으로 복귀. 로잔역에서는 아직도 해가 있어서 전철을 이용하지 않고 그냥 걸어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올 즈음 되어서야 조금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었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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