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미경으로 본 SARS-Cov-2.
우선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는 바이러스 이름이고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는 병명이다. 조회수가 높지 않은 이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생각난 김에 얘기를 좀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난 의사는 아니지만, 의료계 종사자이고 이런 전염병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식이나 연구를 하지는 않지만 꽤 심각한 병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한 경험도 있고 제약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2019년 12월에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병했다고 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킨 중증 호흡기 질환인 COVID-19는 벌써 세계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산속도가 워낙에 빨라 중국과 한국과의 교류가 많은 미국의 경우는 일찌감치 확산이 확대될거라는 건 과학적이 방법을 통하지 않더라도 짐작이 가능했다. 워싱턴주의 시애틀 지역과 캘리포니아주 중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 왕래가 잦은 사람들이 많이 때문에 이렇게 빨리 전염이 되는 병이 정말로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3월 14일 시점에서 보자면 코로나19 (한국에서 쓰는 표현)의 위험이 그다지 없었을 때 위기가 다가옴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은 점은 많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병의 확산속도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는 걸 확신한 정부, 지방단체, 학교 등이 일시분란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꽤 칭찬할만 하다. 워낙에 다양한 인종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서 살고 있는 미국은 대도시 몇 곳을 제외하고서는 검사를 집중적으로 하거나 우한이나 대구처럼 한 지역을 격리시키는 방법은 가능은 하겠지만 아주 힘든 일이며 지금 상황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기를 감지하자마자 여러 단체에서 취한 행동은 지체함이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방편을 제한하는 일이었다.
당장에 우리 동네에서는 이번 주 다음 주 부터 모든 초중고의 4주 정도 휴교령이 내려졌다. 초중고에 재학하고 있는 어린친구들을 자율적으로 통제하는건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의 뉴스를 보면 학교가 중단된 현시점에도 PC방에 몰려든 (물론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어린친구들이 있는 걸 보면 자발적으로 가까운 거리가 흔한 모임을 제한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게 바른 시각일 것이다. 즉, 통제를 하려면 이러한 강제적으로 적어도 학교에는 나오지 말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COVID-19 관련 데이터를 보면: 1) 치사율/사망율이 높지 않다. 확진자 대비 사망율이 대략 1-5%라고 한다면, 검사받지 않은 감염자들의 숫자를 5-10배라고 가정하면 0.1-1%정도인데다가 고령이거나 심장질환을 포함한 다른 호흡기와 관련된 질환이 없는 사람들의 치사율은 경미한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절대로 무시할만한 숫자는 아니라는 점은 중요하다. 2) 감염경로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재채기, 기침 등을 통한 콧물/침 등의 직접 접촉이나 공기에 떠돌아 다니는 액체를 접촉하게 되는 경우 바이러스의 감염이 이뤄질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마저도 100%의 감염경로는 아닐거라고 본다. 일반 감기/독감도 비슷한 식으로 감염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이러한 바이러스가 정말로 많은 곳에 분포되어 있다고 하면 엄청나게 엸미히 방역복으로 감싸거나 모든 접촉을 피하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기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3) 과연 언제쯤 바이러스의 확산이 줄어들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너무 어렵다. 난 아직 개인적으로는 더운나라들에서 확산속도가 (이제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자면) 크지 않은 점이 고무적이라 날씨가 따뜻해지면 많이 나아질거라는 기대를 아직 가지고 있다. 이마저도 긍적적인 예측에 대한 반론을 가진 사람이 꽤 있다.
그러면 이런 데이터와 예측불가한 상황들을 가지고 지금 미국에서 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 보면: 1) 워싱턴주의 경우 모든 초중고생의 등교를 4월말까지 금지시켰다. 2) 캘리포니아주는 아직 주차원에서는 통제를 많이 하고 있지 않지만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경우 대부분 적어도 4월 중순까지는 초중고생의 등교를 금지시켰다. 인구가 많은 다른 지역들도 비슷한 수준의 제한을 할 가능성이 높다. 3) 하버드, 스탠포드, UC 버클리, 워싱턴대학교 등 많은 대학교들은 일찌감치 3월 초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돌리고 캠퍼스 안의 학생들의 수를 줄이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학교를 안간다고 해서 수업료를 돌려달라는 얘기는 많이 돌고 있지 않다는 점. 어차피 대학이라는게 돈을 주고 그 학교 이름을 사는 거지 거기서 수업을 듣고 배우는건 부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4) 주정부,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번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재정적인 원조를 여러모로 시행하려고 있다.
하지만 항상 한국의 뉴스만 끼고 사는 미국의 한인들은 가장 의아한 부분이 미국에서는 왜 검사를 능동적으로 진행하지 않는가에 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영어가 자유롭지 않은 일부 (대부분이라고 하고 싶다) 한인들에게는 지옥같을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대형병원들처럼 수용능력이 아주 큰 병원자체가 미국내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폐렴 (pneumonia) 의 전조증상, 즉 호흡곤란이 없지 않으면 검사자체를 권하지 않는다. 검사를 했는데 양성판정이 나온다고 해서 페렴증상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가격리 말고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처럼 전염이 되더라도 호흡기에 손상이 가지 않는 경우는 일반 감기/독감에 비해서 아주 위험하지 않다고 보는게 어느 정도 정확한 것이다.
의료비용이 없어서 검사를 못한다는 것은 또한 일부에 국한된 문제이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수가가 아주 비싼게 (일반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봐야 한다. 비싸니깐 정말로 안 좋은 점이 많지만 비싸기 때문에 거액이 왔다갔다해서 그만큼 돈을 위해서라도 의료장비, 제약 등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가 미국이다)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낼 형편이 없는 사람에게는 결국 돈을 못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의 핵심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게 가장 근본인 점은 어디가나 변함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느 한국 뉴스에 기고한 미국에 사는 한인이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는 검사, 치료 등이 1억은 쉽게 넘을 거라는 얘기가 사실, 정말 사실일거라고 믿지만, 지금은 법적으로도 모든 사람이 보험을 꼭 들게 되어 있을뿐더러, 보험의 종류에 따라서 그 1억이 많은 사람들은 0원이 될 수도 있고, 몇십-몇백만원 정도에 국한되는게 일반적이라서 비용때문에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한다는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항상 그렇듯이 한국으로 비행기타고 가서 이런 저런 편법이나 합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의 의료를 받으면 된다.
솔직히 내가 보는 시점으로는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많은 곳에서 학교들이 문을 닫고 큰 행사가 다 취소가 되고 하는데 한 1달이 지나고 난 시점이 4월 중순 또는 4월 말이 가장 기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4월 중순이 되었는데도 확산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곳에서 정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감염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이 되고 나면 저항력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또다른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어택이 있기 까지는 한동안은 (이게 1년이 될지 10년 100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다)은 잠잠해 질 수 있을 테니까.
치료약이나 백신의 경우는 단기간에는 그런거 없다라도 보는게 정확하다. 제약은 정말로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대부분 발견으로부터 시작해서 시장에 유통되기까지 10-20년이 걸린다), 계속 변종을 할 것 같은 바이러스를 상대로 신약을 개발하려는 제약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알려진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인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용으로 많이 개발된 항바이러스 약들을 많이 테스트하는 이유가 벌써 임상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은 약이 효과가 있다고 증명만 한다면 훨씬 빨리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은 뭔가 공통분모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의 SARS-Cov-2에게만 듣는 백신을 만들어봐야 앞으로 다가올 어떤 변종의 바이러스에 대해서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은 그 공통분모를 찾는 일에 꽤 오랜기간 연구를 기울일 것이다. 즉, 새로운 백신이 나올려면 한참 멀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이라는 것이 똑같은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단백질 등을 죽은 상태거나 아주 약한 수준으로 접종해서 사람의 몸이 반응해서 그 병에 대해서 대항성을 가지게 (즉, 항체가 생기게 된다) 만드는 것인데, 지금이라도 이미 COVID-19를 앓은 사람들에게서 샘플을 뽑아내어 백신을 제작할 수는 있겠지만 효용성이나 안정성 검사를 수행하려면 이 또한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다.
즉,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그리고 이 글을 읽거나 이와 비슷한 정보를 습득한 사람이라면 대응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보자라는 것이다. 대형이 되었던 소형이 되었던 사람과 가까이 접촉할 기회를 최대한 줄이고, 열이 나고 호흡 곤란이 있으면 (CDC에서 권고하는 COVID-19 검사를 받을 시점을 판단하는 법) 병원으로 가서 (미국에서는 병원을 가는게 아니고 대부분 주치의에게 연락을 한다)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면 검사를 받아보자. 검사를 못 받는 상황이라도 호흡곤란이 있는 상황이라면 분명히 합당한 치료가 이뤄질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폐질환이 생겨 페나 다른 장기의 훼손이 되어서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에 전염성이 크다는 점만 제외하면 치료는 중증 폐렴과 별반 다를게 없다. 폐렴에 대해서 어느 의사도 병원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4월 중순/말까지 어떻게 잘 버티고 기다려 보자. 확 줄어들거나 별 차이가 없거나, 훨씬 더 심해지거나 셋 중에 하나인데, 정말로 1번이기를 바라고 바라면서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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