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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건강

미국, 코로나19, 마스크, 휴지, shelter-in-place

by 노블리스트 2020. 3. 19.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살고 있는 나는 미국살이가 이제 25년이 되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 본다. 대부분 나이 드신분 미국인들 역시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고 한다.


COVID-19이라는 이름이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아주 입에 붙는 단어는 아닌가보다. 어찌되었든, 3월 18일 현재 상황으로는 뉴욕, 워싱턴주에 이어서 캘리포니아가 확진자 수가 3위이다. 이 확진자 수라는 가 많이 의미가 없는 이유가 모두가 인정하듯이 진단/검사를 아주 드문드문 하기 때문이다. 미국내에서 인구 1위를 기록하는 캘리포니아 주나 시애틀 근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워싱턴 주는 지금 주 단위로 일부 격리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가 있는 산타클라라 카운티를 비롯한 인근 카운티들은 화요일인 3월 17일부터 shelter in place라는 법정명령이 떨어졌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뜻인가 선뜻 와닿지 않았지만, 잘 생각해보니, 그리고 실제로 그 뜻이 무엇인가 확인해보니 지금 있는 곳에서 (집이면 집, 다른 종류의 주거 공간을 포함) 쉘터를 하라는 뜻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에서 적어도 4월 7일까지 (지금 현재의 상황은 그렇다) 얌전히 보내라는 뜻이다. 예외 조항으로는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 즉, 식료품가게, 병원, 교육기관 (대부분은 교육기관은 문을 닫았다), 공공건설, 원격/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 관한 업체 등을 제외하면 일은 집에서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한다. 꼭 나가야 할 일이 있더라도 주위의 사람들과 2미터 정도의 일정거리를 두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어로 된 기사등을 보면서 한국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서 내 생각을 조금은 나눠보고자 한다.


1) 정말로 일을 하러 가지 않는가? 사실 재택근무가 가능하거나 원격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왠만큼 일을 해야 한다. 꼭 가서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은 예외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면 멈춰야 한다.


2) 일을 이렇게 해도 급여가 지급되는가? 지금 같은 상황이 초유의 사태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급여를 지불해야 하거나 선의에서라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경우 일을 못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데 그걸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정부에서 현금을 뿌리겠다는 얘기를 하는 중이다. 돈이 없으면 돈을 찍어내는 시스템인 미국에서는 어떻게든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돈을 마구 뿌릴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도산하는건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다.


3) 왜 마스크는 많이 안 쓰는가? 이건 정말로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아시아인들이 많은 곳이나 아시아인들이 마스크를 쓰는 걸 보고 다른 정보채널에서 권고하는 바를 따르는 비아시아 사람들도 마스크를 예방차원에서 쓰기는 한다. 이 점에서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그나마 나은 점이 워낙에 아시아 사람들이 많아서 혐오범죄가 걱정은 되어서 그렇게 아주 눈치 보이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점은, 수술용 마스크나 respirator 수준 (N95)의 마스크는 지금 거의 구할 수가 없다. 없는 걸 어떻게 사서 어떻게 쓰고 다니나?


4) 휴지는 왜 그렇게 사모으나? 나도 이건 정말로 모르겠다. 자기만 살자고 달려드는 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집에서 갇혀 오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비데라는 건 거의 없는 이 나라에선 화장실 휴지가 정말로 금방 없어진다. 집에서 24시간을 보내는데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아주 옛날에 미국사람들이 유럽에 여행갈 때 두루마리 화장지를 챙겨서 같다는 얘기가 기억이 난다. 대변을 보고 낙후된 유럽에서 휴지가 없을까봐 그랬던 거라고 한다.


5) 사재기 문제. 이런 사태에 돈을 좀 벌어보겠다고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도 살만한 것들을 사다 모은 사람들도 있고, 앞서 얘기한 대로 얼마나 오랜 기간 집에서 칩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이것 저것 살 수 있는 건 있을 때 사둬야 하나보다. 이 동네에선 거의 1주일 이상 모든 가게에서 화장실 휴지가 다 동이 났다. 난 오늘 운이 좋게 금방 들어온 화장실 휴지를 한가구 당 한 팩만 가져갈 수 있다고 했지만 땡큐하면서 하나 집어왔다. 아시아인들의 인구가 왠만큼 있는 이 동네에서는 흰쌀 역시 거의 동이 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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