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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교육

졸업식 축사 - 대학 서열화 - 착하게 살아

by 노블리스트 2023. 8. 11.

사실 소소한 취미이긴 하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것보다 관심있는 분야라고 하는게 맞을테지만,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동네를 갈 일이 있으면 그 동네에서 가볼만한 대학캠퍼스 방문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취미보다 딱 한번 대학캠퍼스 방문이 주 목적이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많은 대학캠퍼스를 다니면서 조금 멀어서 못 가 본 곳이 있었는데 그 곳이 바로 다트머스 (Dartmouth)와 코넬 (Cornell)이다. 솔직히 아직도 한번 구경삼아 가보고 싶다. 워낙에 대학이라는게 애초부터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고등교육 기관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의 대학들은 왠만한 역사가 있는 곳이면 왠만하면 정말 캠퍼스가 아름답다. "왠만하면" 캠퍼스가 꽤 크고 잘 가꿔져있는 편이다. 오히려 내부 건물의 청소는 대충 되게 간헐적으로 하는 편일지라도 외관은 왜만하면 어딜 가도 잘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 편이기도 하다.

 

왜 졸업식 축사라고 써 놓고 캠퍼스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다트머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졸업시즌이 되면 미국은 대학마다 "좀" 유명한 연사를 모시는 경우가 자주 있는 편이다.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가기도 하고 그 학교 졸업생 중에서 "잘" 된 사람을 섭외하기 마련인데, 재미있던 축사를 조금 찾아보다가 2011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식에서 코낸 오브라이언 (Conan O'Brien)의 축사를 아마도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축사는 재미있으면서도 대학을 갓 졸업하는 상대적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영감을 준 걸로 유명한가 보다.

 

그런데, 난 코낸이 던진 여러 코믹한 요소 (humor) 들 중에 이런 말이 귀에 꽂혔다.

 

"Because if Harvard, Yale, and Princeton are your self-involved, vain, name-dropping older brothers, you are the cool, sexually confident, Lacrosse playing younger sibling who knows how to throw a party and looks good in a down vest.  Brown, of course, is your lesbian sister who never leaves her room.  And Penn, Columbia, and Cornell …..well, frankly, who gives a shit."

 

미국적 아니 서양적인 사고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해석조차 조금 힘들만한 얘기이긴 한데, 사실 내가 이 글을 적어보자고 한 이유는 마지막 문단에 있다. 우리가 미북동부에 있는 대학교의 집단인 아이비 리그 (Ivy League) 학교를 얘기할 때 누가 더 나은 곳인가를 얘기할 때가 종종 있는데 사실 뭐가 중요하나 싶지만 코낸이 얘기한 이 농담에 최소한 내가 아는 한 나이가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수긍을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농담은 하버드를 졸업한 코낸이 다트머스 졸업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담겨있는 의미를 "조금" 더해서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 적어도 내가 이해하기로는. 쉽게 풀어서 해석을 해보자면 대략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하버드-예일-프린스턴 학생들은 잘난체 하는데 급급한 편이고, 다트머스-브라운 학생들은 그나마 '명문대학교' 학생치고 평범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근데 이 다음이 문제다. "아이비 리그"에는 학교가 다섯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다트머스, 브라운)만 있는게 아닌데, 어 뭐가 빠졌나 보니까 다른 학교들 (펜, 컬럼비아, 코넬)은 뭐 얘기할 가치조차 없다는 식의 농담인 것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은유적으로 모든 학교를 깐 셈인데 이 축사를 유튜브나 다른데서 접한 "다른 학교" 학생들은 아마 기분이 좀 나빴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축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그래 너네 잘났어", "근데 줄세우기가 너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주는게 아니다" "뭘 하든지 간에 실패를 하거나 후회를 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아", "꿈은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으니 너무 연연하지는 마", 하지만 "열심히 살아, 그리고 착하게 살아, 그러면 정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거야." (약간 의역이긴 하지만, 본문은 "Work hard, be kind, and amazing things will happen.") 자 이 정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정도면 저 허망한 명문대학들 사이에서도 줄세우는거 너무 유치하다고 농담으로 하는 말이 그냥 가볍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난 항상 "똑똑하고 잘난 거"가 "착하게 사는 것"과 같이 가지 않는 사람들을 증오 (너무 센 표현이긴 해도) 하는 편이며, 정말 매일, 매일이 아닐지라도 아주 자주 나한테 주입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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