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니고 샌프란시스코로 출퇴근은 가능하지만 꽤 거리가 있는 교외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구가 제법되는데 주택가가 잘 되어 있고 조그맣지만 아주 잘 보존되고 가꿔진 다운타운이 있다.
이번주는 전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늦추기 위한 제한을 조금씩 풀기 시작하면서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사라졌거나 뚜렷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게 문제) 사람들이 조금 더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정말로 예상을 하지 못한 시나리오를 맞이하고 있다,
그것은 고질적인 (이건 정말로 고쳐질 수가 없는 문제이라고 본다) 인종간의 갈등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아서 미국 전역에 걸쳐 시위가 한창이다. 평화적인 시위는 사회적으로도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의미로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평화적인 시위를 위협하는 것은 불법적인 약탈을 일삼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서 어찌보면 세상물정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무시를 당했던 것을 기억한다. 게다가 학생운동이 한창인 시절도 약간은 비켜간 세대라서 사회운동을 열심히 한 선배들에게도 곱지않은 시선이 은근히 있었던 것도 기억한다. 그런데 2020년은 어찌보면 전쟁보다 더 무서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더 무섭다. 그리고 looting (약탈)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는 것. 정말로 시간이 좀 지난다면 수많은 '라떼는' 스토리가 양산되고 있다.
정말로 실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앞에서 약간 설명했듯이 이 조용한 주택가와 아주 보존이 잘 된 다운타운이 불법약탈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일이면 평화적인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불법적인 짓을 서슴없이 하는 집단들이 고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거라는 소문이 있기 때문에 난 정말 처음 보는 광경을 목격했다. 다운타운의 상점들이, 별로 비싼 물건이나 현금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소규모의 상점들까지도 원하지 않는 피해를 막기 위해 며칠 전 부터 상점의 유리창문을 널찍한 나무판자들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말로 열심히 못을 열심히 박아 가면서 말이다. 못을 박으면 다시 떼어냈을 때 자국이 많이 생길테고 페인트도 다시 칠해야 할텐데, 피해를 입는 게 너무나도 싫다는 어찌보면 항쟁이다.
사진을 찍어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을 한장 찍어봤는데 차에서 내릴 수가 없어서 공교롭게도 찍은 사진은 이 동네에 있는 아주 작은 동네박물관인데, 귀중품같은 것은 (그래도 박물관이라 가치가 있는게 있겠지만) 거의 없을 법한 곳에서도 사진에서 보듯이 창문을 다 널판지로 못을 박아서 막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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