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스위스 베른 (Bern Switzerland)

이번 여정에서는 베른 (Bern)에서 AirBNB를 통해 숙소를 잡았다. 베른의 스위스의 "수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건 사실상 수도의 역할, 특히 여러 주 (canton)의 연합인 스위스 연방의 입법과 행정기관이 있기 때문인데, 스위스는 명문화된 (즉, 규정된) 수도는 없다고 한다. 연방기관들이 다른 주에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행정수도의 역할을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스위스의 가장 큰 도시인 취리히 (Zurich)만큼은 아니라도 베른은 스위스 기준으로는 꽤나 큰 대도시이다. 스위스하면 생각나는 도시라는게 취리히 말고는 국제기구가 많이 있는 제네바 (Geneva) 정도일텐데, 베른은 여행객들에게도 생소한 도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베른은 스위스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여기를 기점으로 스위스하면 모두가 여행하는 알프스 지역을 가기에 장점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상당히 도시스럽기 때문에 숙소를 잡을 때도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으로 쉽게 잡을 수 있다. 또한 그린델발트 (Grindelwald)나 체르마트 (Zermatt) 같이 유명 관광명소 (융프라우, 마터호른)와 가까운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잘 갖춰지고 교툥이 좋은 곳에도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잡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025 스위스 융프라우/그린델발트/클라이네샤이덱/아이거글레처/멘리헨/벵겐/라우터브루넨/뮈렌/

 

2025 스위스 체르마트/고르너그라트/마터호른 (Zermatt Gornergrat Matterhorn Switzerland)

 

대부분의 여행객이 이용하는 기차를 타고 이런 관광지로 가도 되지만 난 이 당시에 렌터카를 이용해서 드라이브를 상당히 많이 했다. 어쨌거나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서 아름답다고 알려진 베른의 구시가지를 둘러봤다. 크게 볼거리는 없다고 해도 그래도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장미정원 (Rosengarten)으로 갔다. 시즌이 아직 장미가 필 시즌은 아니기 때문에 장미 없는 장미정원이긴 한데, 이 곳은 약간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레 (Aare) 강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의 전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서 어느 시즌에 가도 충분히 즐길만 하다.

 

 

이날은 한국 패키지여행 그룹이 있어서 가이드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살짝 들어봤는데 특별히 중요한 얘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중요한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나의 여행패턴으로는 이 시간 즈음이 되면 이런 경치가 좋은 곳에 있는 카페/식당에서 뭐라도 먹던지 마시던지 그런 타이밍이었다. 장미정원 안에도 경치가 잘 보이는 야외테라스가 있는 식당이 있었다.

 

언덕길이어서 주차를 근처 동네에 했는데 이게 얼마 동안 주차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예 일반 주차가 금지되어 있는지 몰라서 정원에서의 시간은 짧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장미가 필 시즌이 되면 장미가 피어있을 곳에도 가보긴 했다. 장미정원에서 나와서 그 다음 행선지인 (바로 근처라서 대개는 그냥 걸어가는 것 같지만) 곰공원 (BärenPark)을 가기 위해 차를 다시 길가에 주차를 했다. 언덕길에 나처럼 많은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어서 여기는 확실히 주차를 해도 되는 것 같아서 좀 더 안심했다. 여기도 언덕이라 장미정원 안에서 보던 구시가지의 모습과 비슷한 경치가 있었는데 오히려 난 그냥 여기 언덕길에서 보는 구도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언덕길에서 조금 걸어서 곰공원에 도착했다. 이게 "공원"이 "곰"을 위한 거라서 사람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다. 2마리의 곰이 놀고 있는 모습을 다리 위의 난간에서 밑으로 구경하는 구조이다. 내가 간 날은 다행히도 곰들이 돌아다닌걸 잘 볼 수가 있었다. 2마리 중 하나는 사이즈가 좀 작은 걸로 보아 아기곰인 듯 했다.

 

 

아무래도 안전 문제가 있을 수가 있으니까 펜스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강변이다 보다 산책하는 사람도 많아서 안전문제는 아주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멀리서 경치만 봤던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길가 주차를 한 곳으로 걸어다가 보니 아마도 장미정원에서 보이던 한국분들이 타고 온 버스가 아닐까 하는 전세버스가 보였다. 독일어는 배웠지만 잘 못하는데 길가주차의 규정이 어떤지 구글번역앱을 통해 표지판을 열심히 봤는데 그 중 하나가 공회전 (주차를 했지만 엔진을 끄지 않고 계속 틀어두는 것) 금지라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역시나 내 예상과 다르지 않게 관광버스는 열심히 공회전 중이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관광손님이 차로 돌아왔을 때 추운날씨라면 히터가 틀어진 상태면 훨씬 쾌적하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는 이렇게 에어컨을 계속 틀어두기도 한다. 어쨌거나 공회전은 어딜 가도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은데 난 정말 개인적으로 이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원 낭비이기도 하고 차 주위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매연을 직접적으로 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구시가지를 둘러보려면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우선 근처에 주차할 곳을 찾았다. 유료주차를 할 수 있는 주차시설이 곳곳에 있었는데 난 시청 (Rathaus) 옆의 주차시설을 이용했다. 여기서 구시가지의 주요 관광지를 가기에 편한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다. 여기 주차장은 다른 스위스의 주차장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잘" 되어 있지만 좁다. 타고 다니던 차가 큰 차는 아니었지만 작은 차도 아니어서 항상 주차장에 들어가면 진입이나 출구로 나올 때 꽤나 힘들었다.

 

 

주차장을 나서서 길을 건넜는데 솔직히 여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휑했는데 구시가지의 구조상 시가지 안으로 들어가야 뭐가 있어서 시가지 밖의 길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런거다. 표지판에 의하면 어디로 걸어갈 수 있는지 잘 나와있다. 치트글로게 (Zytglogge)라고 불리는 시계탑 (감옥으로도 쓰였다고 한다)가 명소 중 하나라서 의심하지 않고 가라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정말로 바로 보이는 여러 건물들이 있었다. "시청"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에 걸맞게 시청이 제일 먼저 보였다. 크지는 않았지만 좀 특이하게 지어진 건물이어서 눈에 확 들어왔다. 시청 옆에는 Kirche St. Peter und Paul라는 이름의 멋진 교회 건물도 있었다. 그리고 시청 앞에는 작은 분수와 작은 동상이 있었다. 분수는 Vennerbrunnen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다시 골목길을 걸어서 더 들어가보니 이제야 뭔가 "구시가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거리가 나왔다. 멀리 지트글로게의 모습이 보인다.

 

베른의 구시가지에서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유명했던 과학자/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Einstein)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거였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출신이지만 학교를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에서 다녔고 박사과정 후에 처음 직장을 잡은 곳이 베른의 특허청이라고 알려져 있다. 베른에서 일할 때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 (relativity)" 관련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른의 구시가지 안에 아인슈타인과 그의 첫번째 부인이었던 밀레바 (Mileva)가 가족으로 이루고 살았던 아파트먼트를 박물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하우스 (Einsteinhaus)라는 곳이고 2-3층에 걸쳐서 박물관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계단을 좀 올라가야 한다. 밑 층에는 아인슈타인 카페가 있다. 일반 유럽의 도시의 아파트먼트이기 때문에 상당히 비좁은 곳이다. 그래서 나처럼 아인슈타인의 삶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나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진한 감성에 젖어서 한참을 둘러보고 나왔다. 입장료도 받지만 비싼 가격은 아니다 (CHF7).

 

 

이제는 다른 곳도 둘러보고 싶었다. 지트글로게 시계탑의 모습이 궁금해서 가까이 갔다.

 

 

그리고 시계탑을 지나서, 연방국회의사당 (Bundeshaus)으로 가는데 아마 국회관련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묵을 것 같은 아주 고급스러워보이는 호텔도 눈에 확 들어왔다. 국회의사당은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걸로 알아서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이날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입장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굽이치는 아레강을 잘 볼 수 있는 강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카지노 (Casino)도 근처에 있는데 들어가보진 못했다.

 

 

 

벌써 시간이 저녁으로 접어드는 시간이어서 마지막 장소로는 베른 대성당 (Münster)을 방문했다. 눈에 확띄는 높은 첨탑을 자랑하는 곳이다. 성당도 내부공사를 하는지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천장화가 아주 인상적이라고 한다. 사진이 아예 공사현장에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긴 했다. 성당 옆으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마 베른에서 여유를 느끼며 산책하기에 가장 좋은 곳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성당과 공원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