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던 것 같다. 단지 이곳 저곳을 찍고 다닌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긴 하다. 2022년 말에 방문한 이탈리아는 이번이 세번째였다. 처음은 2004년이었고 로마 (Rome)에서 있는 학회 참석이었는데 그 때도 시간을 짬짬이 내어서 여기저기를 다녔었다. 로마에서 멀지 않은 피렌체 (Firenze or Florence)와 피사 (Pisa)까지 가봤었다. 피사는 다시 한번 가고 싶은데 언제 피렌체나 로마 쪽으로 또 갈 일이 있으면 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2014년이었다. 그 때는 이번 (2022년) 처럼 밀라노에서 묵었었고 가기 전 부터 베네치아행을 계획해서 베네치아를 맘껏 봤던 기억이 여전하다. 친구와 같이 숙소를 공유하면서 같이 피렌체를 한 번 더 방문할 기회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은 2014년에 벌써 한 번 온 밀라노 (Milano or Milan)에 다시 오게 되었는데 그 때와 마찬가지로 계획을 좀 했다. 밀라노가 이탈리아에서 아주 잘 사는 대도시이긴 해도 여행으로는 볼만한게 많이 없는 곳이라서 (적어도 내 기준에는) 여기서 갈 수 있는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다. 2014년에 갔던 베네치아도 사실 꽤 먼 곳이었지만 밀라노에서 볼만한 건 다 보고 난 이후에도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아서였고, 이번에도 그런 곳을 찾아보다가 근천에서는 도저히 못찾겠어서, 조금 시야를 넓게 하니깐 여러 곳이 눈에 들어왔다.
첫번째 후보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Dubrovnik)였는데 근처에 쉽게 갈 수 있는 비행편을 보다가 여정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포기. 난 당일 여행을 원했기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하더라도 한시간 정도면 가능한 곳을 보는 중이었는데 두브로브니크까지 갈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다른 곳을 보다가 그러면 다시 로마는 어떨 까 싶었다. 그런데 밀라노에서 로마까지는 기차로 가기에는 좀 먼 편이었고 항공편으로 가기에는 너무 가까워서 그러면 아예 더 남쪽으로 가보자 싶어 그 유명한 아말피코스트 (Amalfi Coast)를 가보자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밀라노에서 당일이 충분히 가능한게 항공편이 꽤 많은 편이고 나폴리 (Napoli or Naples) 공항으로 가면 버스나 기차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 이었다. 그런데 계속 계획에 계획을 거듭하다보니 기차/버스 보다 차를 렌트하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충분히 만족할 만했다. 우선 밀라노에 도착해서는 에어비엔비 (AirBNB)를 통해 예약한 아파트에 짐을 풀었다. 학회 참석 일정이라 이것 저것 준비하다가 남부 이탈리아행 일정이 그 다음 날이라서 일찍 잠을 청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밀라노 말펜사 (Malpensa) 공항에서 라이언에어 (Ryanair)를 타고 나폴리 공항으로 떠났다.
나폴리는 여행하기가 조금 무섭다는 소문이 있어서 원래부터 공항과 렌트카 회사에서 차만 빌려 곧장 아말피해안 쪽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소렌토 (Sorrento). 소렌토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해안가 길과 산이 많이 긴 터널과 꼬불꼬불한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평균적으로 천천히 가는 길이라고 보면 된다. 나폴리를 벗어나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큰 산은 베수비오 (Vesuvio)인데 그 옛날 폼페이를 멸망시켰다는 화산 폭발이 일어난 산이다. 소렌토를 도착해서 차를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난 뒤 잠시 둘어보았는데 대충 드는 느낌은 하루 이틀 묵으면서 여기서 갈 수 있는 카프리 섬까지 가는 여행이 아니면 소렌토 자체는 그냥 아주 예쁜 해안가 마을이라는 인상이었다.
소렌토에서 조금 거리를 걷다가 갈증이 너무 나서 음료수를 하나 사 먹고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 어떤 여정이 될 지 전혀 예측을 못한 상태였다는게 포인트다. 포지타노 (Positano)로 네이게이션을 찍은 다음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소렌토를 벗어나자 정말 해얀을 끼고 달리는 길이 쫙 펼쳐진 것이다. 아말피코스트란게 이런 거다라는 걸 여기서 부터 보여주는 듯 했다. 아말피해안을 상징하는 도시인 아말피 (Amalfi)까지도 갈 계획을 여기서 세웠던 것 같다. 우선 더 유명한 도시인 포지타노로 열심히 달렸다.
포지타노는 정말 여행객이 많은지 소렌토에 비해서 훨씬 더 사람이 많은 듯 했도 관광지의 느낌이 확 났다. 길도 너무 좁았고 구불구불한 길의 연속이어서 정말 작은 차를 빌렸던 게 잘한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유명관관지 답게 주차요금도 비싸서 그냥 대충 눈에 보이는 곳 중 조금 큰 곳에 차를 주차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포지타노의 해안가와 절벽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집들을 보려면 한참을 걸어서 언덕길을 내려가야 했다. 가는 길도 너무나 멋졌고 11월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은 날씨여서 풍광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포지타노의 대표 해변인 스피아쟈 (Spiaggia)쪽으로 계속 언덕 길을 내려가다보면 정말로 위치와 주위가 아름다워서 더 멋있게 보이는 교회 (Chiesa di Santa Maria Assunta)도 있다. 해변에서 보이는 여유로운 풍경과 내려왔던 언덕을 다시 돌아보면 언덕을 수놓고 있는 집들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다.
스피아쟈 해변에서 다시 언덕 길을 올라가서 주차한 곳을 찾아야 했었는데, 내려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택했는데 공교롭게도 이게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조금 더 경사가 있어서 그래도 대충 이정도 왔으면 주차한 곳과 가깝다고 생각을 해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해서 계속 가다 보니 너무 오랫동안 주차장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머리를 굴리고 굴려서 생각해보고 구글맵을 열심히 들여다보니 결국 결론은 "벌써 주차장을 지나쳤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결론까지 도달하게까지 30여분간 언덕을 계속 오르고 난 후 였지만. 헤매는 나를 본 주민이 또 다른 지름길을 알려줘서 다행히도 땀은 좀 뺐지만 차를 제시간에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하게 시간을 좀 허비하게 되어서 그 다음 일정이 약간 꼬이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포지타노를 출발 같은 해안가 도로를 따라 다음 행선지인 아말피 (Amalfi)로 향했다. 아말피는 포지타노에 비해서 훨씬 언덕이 적었지만 여기도 이름값에 맞게 수려한 풍경을 자랑했다. 주차는 공영주차장에 하고서 열심히 걸어다녔다. 젤라토를 먹고 싶었는데 레몬이 유명한 듯 하여 레몬아이스크림을 시켜 먹었다. 어디 가나 있는 성당이지만 아말피의 성당은 큰 계단이 앞에 펼쳐져 있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하는 곳이다. 크지는 않아도 광장에 있는 성당이라 아늑함을 주는 곳이었다.
원래는 여기까지가 원래 계획했던 일정의 거의 마지막이었는데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니 근처에 있는 라벨로 (Ravello)까지 가보기로 했다. 원래 일정은 여기 쯤에서 폼페이를 들러서 다시 나폴리 공항으로 가는 거였다. 그런데 라벨로로 가는 길에 약간 헤매어서 30여분 정도 시간을 까먹게 되었다. 어쨌거나 라벨로에 도착해서, 여기서 가보려고 했던 빌라 루폴로 (Villa Rufolo)로 향했다. 주차를 한 곳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니 우선 광장이 나왔고 상당히 예뻤던 라벨로 성당이 있었다. 광장의 모퉁이에 있는 빌라 루폴로로 가는 길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뒤 열심히 구경을 했다. 실제로 라벨로라는 마을에서 뭐가 유명한지 어떤일이 벌어지는 모르겠지만 빌라 루폴로에서 볼 수 있는 경치는 꼭 가볼만 했던 것 같다.
포지타노에서 주차 때문에 거의 1시간, 그리고 라벨로로 가는 길에서 길을 잘 못 들어서 30분 정도를 허비하는 바람에 폼페이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지기 바로 전이었다. 늦가을이라 날이 짧기도 했고 폼페이 유적을 볼 수 있는 관광지는 이제 다 문을 닫고 있었다. 즉, 폼페이 유적 구경은 시간에 늦어버렸던 것이다. 이제 배가 고파질 때가 되어서 칼조네 (calzone) 하나를 사 들고 여유있게 거리를 조금 거닐어 보았다. 정말로 폼페이 도착한 후 15분 정도가 지나자 밤이 찾아왔다. 여기서 다시 나폴리로 가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밀라노로 돌아왔다. 하루 일정으로는 정말 꽤 알찬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무리한 일정이 아니었던게 결국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차를 렌트해서 아름다운 아말피해안 드라이브만 실컷하다가 돌아온 셈이었다.
나폴리/아말피해안의 일정이 메인이었는데 그 바쁜 학회 일정 중에 어떻게 반나절 정도가 또 시간이 나는 듯 해서 별로 관심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번은 가고 싶었던 곳인 볼로냐 (Bologna)행을 계획했다. 반나절 일정이 가능한 이유는 밀라노와 볼로냐는 기차편이 아주 빠르다. 한시간보다 약간 더 걸린다.
볼로냐에 도착해서 계획한 리스트대로 돌아다녔다. 도시가 아주 큰 편이 아니라서 열심히 걷기만 하면 된다. 볼로냐에서 관심이 있었던 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볼로냐대학교 (Alma Mater Studiorum - Università di Bologna), 높이 솟아있는 타워들 그 중에서도 Two Towers, 그리고 볼로냐하면 생각하는 햄 이었다. 어쨋꺼나 반나절 일정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은 왠만하면 다 가 본 것 같다. 투타워스에서는 올라가고 싶었는데 입장권을 사려니 인터넷으로 구입을 하라고 해서 포기. 해외에서 심카드 구입을 해 본 적도 없고 필요도 없어서 전화기는 지도 대용일 뿐이라 인터넷이 필요한 입장권 구입은 와이파이가 되면 가능했지만 이 곳은 무료 와이파이를 잡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아침 나절에 도착을 해서 아침으로 카푸치노 한 잔 역시 이탈리아 식으로 서서 한 입에 털어넣고 현금 지급하고 나왔다. 볼로냐 대학도 강의실 있는 곳 까지 들어가봤다. 이 대학이 의미가 있는게 학교 이름에서도 있지만 "모교"라는 표현인 Alma Mater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는 곳이다. 햄은 점심으로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사 먹었으니 볼로냐에서의 반나절도 알차게 보낸 듯 하다.
학회에서 바빠서 계속 일만 하다가 밀라노를 떠나기 전 날부터 조금 감기 기운이 왔다. 비타민C를 섭취하기 위해서 근처 마켓에 갔는데, 오렌지쥬스 기계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오렌지를 짜면서 만들어지는 신선한 쥬스가 상당히 상당히 맛있었다.
아는 사람 몇이랑 저녁을 하려 간 곳이 꽤 유명한 식당이었던 것 같다. 해물요리 중심이었고 여기도 상당히 좋았다.
몸이 좀 안 좋았지만 정말 시간이 좀 나는 것 같아서 Lake Como로 가는 기차를 탔다. 가까운 곳이라 그렇게 무리한 일정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몸이 이때부터 아파서 많이 걷지 못했다. 코모에서 푸니쿨라를 타보고 싶었는데 공사중이어서 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코모에서 버스를 타고 벨라지오 (Bellagio)로 가려고 버스를 기다렸지만 10분 이상 늦게 온 버스는 만석이라 내가 있는 버스 스탑에서는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오히려 체력적으로 힘이 별로 없었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시 밀라노로 돌아왔다.
밀라노에 도착한 시간이 해가 질 무렵이어서 그래도 밀라노에 왔으니 밀라노 성당은 한 번 보고 가자 싶어 성당을 보러 갔다. 밀라노의 최대 관광지 답게 엄청난 인파가 있었다.
다음날 무사히 밀라노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이 때 부터 감기가 제일 심했을 때라 비행기에서 마스크로 잘 가리고 다녔는데 콧물 때문에 고생을 조금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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